한국 중소기업 혁신제품 전시회인 ‘K-디자인쇼’가 일본 최대 아디이어 상품몰인 도큐핸즈 신주쿠점에서 9일까지 열린다. 일본 소비자들이 나팔 모양의 스마트폰 거치대를 살펴보며 설문에 응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한국 중소기업 혁신제품 전시회인 ‘K-디자인쇼’가 일본 최대 아디이어 상품몰인 도큐핸즈 신주쿠점에서 9일까지 열린다. 일본 소비자들이 나팔 모양의 스마트폰 거치대를 살펴보며 설문에 응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지난 3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도큐핸즈 신주쿠점 3층. 도큐핸즈와 다카시마야백화점이 연결된 실내 통로에서 도큐핸즈가 주최한 이색 기획전이 열렸다. ‘K-디자인 쇼’라고 이름 붙인 행사장에서 52개 한국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제품을 체험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쇼케이스’(새 음반이나 신인 가수를 알리기 위해 여는 특별 공연) 행사였다. 연간 200만명이 방문하는 도큐핸즈는 일종의 멀티숍으로 일본 내 30개 점포에서 30만개의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격보다 아이디어로 승부

日 최대 아이디어 상품 쇼핑몰 도큐핸즈의 'K-디자인 쇼' 가보니
‘K-디자인 쇼’ 기획전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이 일본 쇼핑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팔 모양의 스마트폰 거치대는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소리가 자연 증폭돼 스피커 기능을 하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네모난 재즈 마이크를 본떠 만든 블루투스 스피커는 이미 일본 타워레코드사에서 판매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꽃모양의 가습기, 메모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케이스 등도 눈길을 끌었다.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은 가격보다는 아이디어와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업체다. 엔화 가치 급락으로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만 봐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우선 100개 이상 제품을 고른 후 최종적으로 도큐핸즈 측과 52개 품목을 선정했다”며 “대부분 아이디어가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말했다.

도큐핸즈는 기획전에 앞서 참가 기업과 함께 고객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었다. 제품의 적정 가격과 디자인 호감도, 개선할 점 등을 묻는 내용이다. 우수 응답 고객에게는 집으로 전시제품을 보내 일정 기간 써볼 수 있도록 하고 사용 후기도 받는다. 도큐핸즈는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공정하게 듣기 위해 회사 관계자들이 전시장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요코가와 오사무 도큐핸즈 신상품개발파트 구매담당자는 “여러 전시회를 통해 한국에 도큐핸즈에서 팔 만한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에 전시한 제품 중 3분의 2 정도는 매장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내 한국판 도큐핸즈 문열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보인 텔로스월드와이드의 임호성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격(29만5000원)만 보면 비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제품의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업체 대부분은 한국에서는 통신판매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국내에는 아직 도큐핸즈같이 전국적인 망을 갖춘 아이디어 상품 전문 유통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은 창조 기업의 아이디어 상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연내 서울에 ‘한국판 도큐핸즈’를 열 예정이다. 요코가와 구매담당자는 “한국판 도큐핸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조달하고 후속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