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욕도 오래하면 치질 되레 심해져…3~5분이 적당해요
치질과 같은 항문 질환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이다. 항문외과 의사들은 항문을 입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생김새나 구조도 비슷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같다. 식사 후에 칫솔로 이를 닦듯이, 용변 후에는 물로 항문을 닦는다. 항문이 더러우면 염증이 생겨 치루로 발전할 수 있고,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보통 휴지만으로도 항문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항문은 주름이 많아 휴지만으로 모두 닦아낼 수는 없다. 항문 청결 유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배변 후 좌욕이나 비데를 하거나 물휴지로 닦는 것이다. 하지만 좌욕이나 비데 역시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항문에 해가 될 수 있어 올바른 사용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항문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항문괄약근이 이완돼 치질로 인한 통증이 줄어든다.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넣은 대야에 3~5분간 엉덩이를 담그는 것도 좋다.

하지만 치질에 좋다고 너무 긴 시간 동안 좌욕을 하면 괄약근이 이완되고, 쭈그리고 앉는 자세로 인한 복압이 상승해 오히려 항문조직 탈출, 예컨대 치질이 심해질 수 있다. 심신이 취약한 어르신들은 좌욕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 따라서 좌욕은 3~5분가량만 하는 것이 좋다. 좌욕이 부담스럽다면 용변 후 물로 깨끗이 씻기만 해도 항문질환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좌욕 후에는 반드시 항문에 묻은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좌욕 후 물기를 말려주지 않으면 항문 주위에 습기가 차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항문소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좌욕을 자주 하는 사람들 중에서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기를 제대로 말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좌욕 후에는 항문 전용 수건을 준비해 잘 닦아주거나 드라이어로 말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에는 치질에 좌욕을 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나친 좌욕은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어 좌욕을 하더라도 짧게 하거나 용변 후 비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비데는 수압이 너무 높으면 항문을 자극해 항문이 헐거나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세수하듯 항문을 살살 닦아내는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양형규 < 양병원 의료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