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의 한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두 학기 이상 무급으로 수업조교를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계속 유지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의 ‘학위취득 요건 세칙 제4항’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면 “관련 지식의 습득과정에 대한 교육훈련의 일환으로 2개 학기 이상 수업조교(TA)를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이 같은 추가 요건은 서울대 내에서 화학생물공학부에만 있다. 다른 전공의 대학원엔 졸업학점, 외국어시험, 논문 등 기본적인 요건만 명시돼 있을 뿐 수업조교 담당과 같은 추가적인 요건은 없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통상 대학원생이 수업조교를 맡으면 등록금이 일부 면제되거나 일부 장학금을 받는 등 보상이 뒤따른다. 그러나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은 이 규정에 의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 수업조교로 일하더라도 따로 장학금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무료 봉사’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안팎에선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무급 수업조교를 학위 취득요건으로 강제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원생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업조교 규정’의 부당성은 지난해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돼 비판을 받았다. 오연천 당시 총장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업조교 규정은 지난해 말 개정될 때 ‘교육훈련의 일환’이라는 문구가 추가됐을 뿐 지금도 그대로 있다. 화학생물공학부 관계자는 “박사과정생들은 이미 여러 경로로 연구비·인건비 등을 받고 있다”며 “수업조교 경험이 교육훈련 차원에서 유익하다고 여겨 없애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