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발생 나흘째인 20일 오전 사고 현장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주변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헌화 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발생 나흘째인 20일 오전 사고 현장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주변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헌화 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압수물 분석 등 수사 속도…21일 현장 받침대 하중 실험
나머지 희생자 9명·투신한 경기과기원 과장 21일 발인 엄수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4일째를 맞은 20일 사고 희생자 16명의 유족 협의체는 이데일리,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제시한 배상안에 전격 합의했다.

사고 발생 57시간 만이다.

경찰 수사본부는 전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관련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이어가며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에는 환풍구의 부실 시공 여부를 가릴 철제 덮개 받침대(지지대)의 하중 실험이 국립과학수사진흥원에 의해 진행될 예정이다.

◇ 유족 협의체 '결단'…배상 '전격 합의'
이재명(성남시장) 사고 대책본부 공동본부장과 한재창(41·희생자 윤철씨의 매형) 유가족협의체 대표는 이날 오전 배상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배상금은 통상적인 판례 기준'에 따르기로 하고 희생자 1명당 장례비용 2천50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배상 주체는 일단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으로 정해졌다.

경찰 수사를 통해 경기도, 성남시 등 다른 기관의 과실이 드러나면 추후 포함하기로 했다.

배상금액은 희생자의 급여수준 등이 각각 달라 통상적인 판례에 준해 일정한 기준과 시기를 정하고 나중에 그 기준에 따라 세부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배상금은 유족이 청구한 날부터 한 달 이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장례비용은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이 1주일 내에 지급하되 이데일리가 우선 지급하고 추후 경기과기원과 분담 비율을 정해 정산하기로 했다.

이재명 사고 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은 "책임 배분문제 등이 복잡해 배상 주체와 부담 비율을 언제,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며 "유족이 결단을 내려 사고 발생 57시간 만인 20일 새벽 3시 20분 극적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 경찰 수사 속도…압수물 분석에 '주력', 21일엔 현장 실험
경찰 수사본부는 전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에 주력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압수물은 행사 계약서와 일정표 등 문건,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계자 휴대전화 등 20상자 분량의 자료 109점이다.

경찰은 전날 오전 11시부터 수사관 60여 명을 투입, 서울시 중구 회현동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이들로부터 행사장 관리를 하청받은 업체,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성남시 분당구 경기과기원 판교테크노밸리 지원본부 등을 5시간여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데일리TV 총괄 본부장 등 행사 관계자와 경기과기원 직원 등 6명(1명은 사망한 경기과기원 오모 과장)의 신체를 포함한 자택, 사무실, 승용차 등이 포함됐다.

참고인 소환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행사 관계자와 시설 관리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환풍구 덮개를 시공한 업체 관계자들도 불러 부실시공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2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환풍구 덮개 받침대의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하중실험을 한다.

실험은 크레인 1대를 동원, 현재 사고 현장에 남은 받침대 1개를 도르래를 이용해 아래쪽으로 잡아 당겨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과수는 이미 일부 훼손된 받침대임을 감안, 하중값을 감가상각해 산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조사 대상은 현재까지 모두 참고인 신분"이라며 "지금까지 참고인 1차 진술을 통해 기초조사를 진행했다면 지금부터는 압수물 분석을 통해 실체적인 진실을 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가을비에 '눈물 바다'…희생자 6명 발인
이날 서울과 경기지역 병원 장례식장 4곳에서는 사고 희생자 방모(40)씨 등 6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성남시 영생관리소(성남장제장)에서 진행된 방씨의 장례식에는 유족과 지인 등 30여 명이 참석, 고인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바라봤다.

사고 당시 사원증을 목에 건 채로 발견된 방씨는 수년 간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테크노밸리 입주 업체에 입사한 인재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모(27·여)씨의 발인에선 유족들이 촛불을 들고 출관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와 동생들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 굳은 얼굴로 영면을 기원했다.

사고가 난 야외광장 인근의 한 어학전문 회사 직원이었던 김씨의 직장 동료는 월요일인 이날 장례식장을 찾아 동료의 마지막을 지켰다.

이날 오전 유족 협의체가 사고대책본부 등과 배상안에 합의함에 따라 아직 장례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희생자 9명에 대한 발인도 21일로 확정됐다.

발인이 예정된 희생자들의 시신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성남중앙병원, 분당제생병원 등 서울·경기지역 병원 장례식장 4곳에 안치돼 있다.

한편 사고 직후 인근 건물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된 경기과기원의 오모 과장의 발인도 2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최해민 최종호 이영주 기자 gaonnuri@yna.co.krgoals@yna.co.krzorba@yna.co.kr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