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600주년 맞은 남대문시장…좌판 41개로 생색만 낸 세일
1일 오전 설립 6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남대문시장 중앙통로는 축포 소리로 요란했다. 기념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만국기도 나부꼈다. 남대문시장 600주년 기념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41개 전 상가의 첫 공동 세일행사인 ‘큰 마당 알뜰장터’다. 큰 기대를 갖고 둘러봤으나 본동상가와 중앙상가 옆 통로에 좌판 41개를 깔고 상가별로 싼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는 것에 불과했다.

도깨비수입상가에서 나온 한 상인은 “상가 내 점포에는 없는 기획상품 핸드백을 1만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좌판 상품은 별 특색이 없어 보이는 액세서리와 가방이 주류를 이뤘다. 남대문시장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김민진 씨(31)는 “사흘간 세일행사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뉴스를 보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와봤는데 좌판에서 사나, 상가 안에 들어가 사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소비자들을 바로 대면할 수 있는 통로에 늘어선 가게들을 돌아봤다. 액세서리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황명순 씨(56)는 “기념축제라고는 하지만 상가 안에 있는 가게들이 3일간 바깥에 임시 매대를 설치하는 정도지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고문을 맡고 있는 변명식 장안대 유통물류학부 교수는 “41개 시장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남대문시장이 일사불란하게 마케팅 행사를 치르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600년 기념행사라면 시장의 역사성과 정체성, 문화가 담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남대문시장 600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예산과 기획력의 부재, 상인들의 무관심이라는 전통시장의 문제점들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어 씁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