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2일 차기 회장 후보를 10여명으로 압축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실시한 뒤 최종 후보군을 4명으로 줄인다. 이 중 1명이 10월 하순 차기 회장으로 결정된다. 10여명의 1차 후보군에 누가 들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내부 출신 비중, 관료 출신이나 여성 포함 여부, 정부 및 실력자 등의 입김 여부 등을 주목해야 할 요소로 꼽고 있다.

○내부 출신 비중 얼마나 될까

KB회장 후보 2일 10명 압축…3대 포인트는?
지난해 임영록 회장 선출 당시 1차로 압축된 후보군 11명은 내부 출신 6명과 외부 인사 5명이었다. 내부 출신 가운데 출발부터 국민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순수 내부 출신은 3명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내부 출신이 얼마나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외부 낙하산 인사가 KB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회추위원들도 이를 의식해 내부 출신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민 중이라는 후문이다.

내부 출신 중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현직인 박지우 국민은행장 대행(57), 윤웅원 KB금융 회장 대행(54)과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63),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58),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60) 등이다. 순수 내부 출신은 아니지만 KB금융에 상당 기간 몸담았던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59), 김기홍 전 파인트리자산운용 대표(57) 등도 큰 범위에서 내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산관련 내분과 정보유출 등으로 징계를 받아 회추위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주목된다.

○외부, 관료, 여성, 사외이사도?

회장후보로 내부 출신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를 감안할 때 외부 출신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다. 내부 출신 중 최고경영자(CEO) 경험이 있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면에서 여전히 다른 금융회사 CEO를 지낸 외부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60),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66),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65·전 우리은행장) 등이 그들이다.

관료 출신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회추위가 CEO 자격 기준 가운데 하나로 ‘금융정책 기관 혹은 금융감독 기관에서 10년 이상의 재직경험’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으로 민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후보에 포함될 수 있다.

사외이사 출신도 거론된다. 지난 26일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임기 만료 퇴임한 오갑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66) 등의 이름이 나온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 후보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나 실력자 입김’ 작용할까

10여명의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정부나 실력자들의 입김이 작용할지 여부다. 정부 입김이 작용하면 의외의 인물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영록 전 회장을 다소 무리하게 해임시킨 것이 특정인을 앉히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일부 후보들은 벌써부터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지연, 학연 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정부의 입김이 있다면 회추위원들이 이를 막아낼지도 관심이다. 회추위원들은 일단 ‘외부 입김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과도한 지지활동을 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평가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한다’고 못 박은 점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은 항상 막판에 작용했고, 그대로 현실화된 점을 감안하면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일규/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