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논란 결국 법정싸움
자살하는 사람에게 약관에서 정한 만큼의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거진 이른바 ‘자살보험금’ 논란이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를 포함한 12개 생명보험사는 이날 모임을 갖고 ‘이달 말까지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금융감독원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자살은 재해가 아니므로 약관상의 실수가 있더라도 고액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의무는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각사가 자율적으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국은 ‘자살자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의 절반 이하인 일반사망보험금만 주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이 제기한 40건의 민원에 대해 약관에서 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해당 보험사에 보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같은 안건에 대해 ING생명을 제재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미지급 보험금 2179억원 달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민원은 삼성생명과 ING생명이 각각 10건으로 가장 많고, 한화 교보 농협 신한 메트라이프 알리안츠 동부 동양 현대라이프 에이스생명 등이 1~3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 험회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분쟁조정 절차는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조정을 거부한 만큼 민원 제기자들은 소송에 응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미지급액이 한 사람당 1억~2억원에 달하는 만큼 대부분 소송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초 불거진 뒤 5개월 동안 보험업계를 달군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금감원이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자살 관련 미지급 사망보험금은 4월 말 기준 2179억원으로 추정된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다.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신한생명(103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달 제재심에서 ING생명의 징계가 확정된 뒤 금감원은 후속조치로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 16개 보험사에도 재해 특약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지도공문을 이달 초 발송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이 같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특별 검사를 하고 ING생명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변수는 ING생명이 금감원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금감원 생명보험국 관계자는 “ING생명이 행정소송으로 가면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다른 보험사들에 대한 검사 등 일정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