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면세점·아울렛이 대형마트? 시장 왜곡하는 유통 통계
통계청이 집계한 올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22조79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했다. 지난해 1.9% 성장에 이어 올 들어선 증가폭이 커졌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이 통계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매출과 크게 동떨어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집계한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매출이 전년보다 1.5% 줄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이런 차이는 통계청의 집계 기준에서 비롯된다. 통계청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 개념의 대형마트 외에 면세점과 아울렛을 합쳐 대형마트 매출을 산출한다.

통계청의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한 것은 ‘순수’ 대형마트보다는 면세점과 아울렛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3조7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아울렛은 시장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통계청 집계치에서 면세점과 아울렛 매출을 빼야 대형마트 매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대형마트 업종 단체인 체인스토어협회는 이렇게 계산한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8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부정확한 통계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오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월 2회 의무휴업 규제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있는데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매출이 늘고 있다”며 “영업규제 영향이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매출이 70% 이상인 면세점을 대형마트에 포함시키면 국내 소비경기를 판단하는 데도 혼선을 주게 된다.

통계청의 통계가 왜곡된 것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분류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표준산업분류’는 소매업을 백화점, 편의점, 슈퍼마켓과 기타종합소매업으로 나누고 있다. 통계청은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면세점, 아울렛을 모두 기타종합소매업으로 묶어 매출 통계를 내왔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