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名家 자존심 찾았다"…LG G3 판매 1000만대 돌풍
지난 6월 초. LG전자 스마트폰 ‘G3’의 개발을 주도한 태스크포스(TF)팀과 개발팀 연구소 등에 피자가 배달됐다. 피자 상자엔 ‘미스터 최고경영자(CEO) 피자’라고 적혀 있었다. 보낸 이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동봉한 메모엔 “오늘 여러분의 노력은 우리 LG전자의 미래를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G3에 대한 기대감, 1년여 개발 기간에 헌신한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피자였다”고 전했다.

피자에 담긴 기대는 현실이 됐다. G3는 ‘돌풍’이란 표현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G3 인기 덕택에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했다. 2010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이후 최고치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3분기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분기 매출이 4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5년 만이다.

◆‘반전 역사의 정점’ G3

G3는 반전의 역사를 이뤄낸 주역이다. 5년 전인 2009년 상반기까지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전성기를 누렸다.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 수많은 히트 제품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뤘다. 국내 시장에선 하루 판매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앞서기도 했다.

그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야 하느냐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발 늦은 대응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듬해인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1~2012년엔 팬택에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내줄 정도로 체면을 구겼다. 피처폰(일반 휴대폰) 시대에 세계 시장에서 2000만대 이상 팔린 초콜릿폰 신화를 썼던 제조사로 보기 어려운 굴욕적인 성적표였다.

"휴대폰 名家 자존심 찾았다"…LG G3 판매 1000만대 돌풍
LG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LG전자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LG화학(배터리) LG이노텍(카메라) 등 전 그룹이 스마트폰 개발에 매진했다. 2012년 9월 LG전자는 ‘G’ 시리즈의 첫 제품인 ‘G(옵티머스 G)’를 선보였다. “LG전자가 죽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듬해인 2013년 8월 내놓은 ‘G2’는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LG전자는 지난 5월 ‘G3’를 선보였다. ‘게임체인저’(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라는 평가가 나왔다.

G3는 발매 초기 하루 3만대 가까이 팔려 나갔다. 닷새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가운데 최단 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G2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LG전자 관계자는 “G 발매로 존재감을 알렸고, G2로 자신감을 회복했다면 G3로는 잃어버렸던 ‘휴대폰 명가’의 신뢰를 되찾았다”고 했다.

◆“사진에 맛과 향기까지 담아라”

G3의 성공 뒤엔 실패의 역사뿐 아니라 경영진의 분투가 있다. 박종석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장(사장)은 G3의 카메라와 화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네트워크(망)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과 동영상 감상,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늘어난 데 착안한 것이다. 박 사장의 혜안은 통했다. G3의 인기 비결로 카메라와 화질이 꼽힌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화질에 있어선 만족하지 말라. 감동적인 화질을 구현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카메라는 피사체뿐만 아니라 맛, 향기, 촉감까지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주말마다 G3 시제품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월요일엔 출근하자마자 연구원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분석했다. 해외 출장 중에도 다양한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 덕분에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쿼드HD(2560×1440) 화질의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기술력과 제품력 측면에선 이미 세계 1·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