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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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때까지는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작정입니다.”

브래드 벅월터 ADT캡스 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업계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ADT캡스는 지난해 매출 4789억원으로, 에스원(1조2700억원)에 이은 업계 2위 보안업체다. 앞으로 회사를 두 배 이상 키워 에스원을 따라잡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비전이다.

ADT캡스의 전신은 1971년 설립된 ‘한국보안공사’다. 국내 최초의 보안업체인 이 회사는 1998년 ‘캡스’로 사명을 바꿨고, 이듬해엔 미국 타이코그룹 내 보안 계열사인 ‘ADT월드와이드’의 한국 법인으로 편입됐다. 올초엔 다시 외국계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에 19억3000만달러(약 2조480억원)에 매각됐다. 어지러운 손바뀜을 타는 동안 선두 자리를 뺏겼다.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를 맡았다가 2010년 ADT캡스로 자리를 옮긴 벅월터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근무복부터 바꿨다. 출동대원들의 하절기 근무복을 시원한 소재로, 신발도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을 쓴 제품으로 교체했다. 벅월터 사장은 “복장부터 갖춰야 1등을 따라잡을 수 있는 법”이라며 “엘리베이터와 보안 시스템은 안전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 출동해 해결하는 공통점이 있어 금세 적응했다”고 말했다. 한국말이 유창한 그는 ‘영원히 부유하게 살고 싶다’는 뜻으로 박부영(朴富永)이란 한국 이름도 지었다.

그의 올해 경영화두는 ‘공격경영’이다. 상반기 중 회사 매각 절차 때문에 다소 주춤했던 조직을 재정비하고 영업부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반 가정과 소상공인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정보보안 서비스를 물리보안과 함께 제공하는 융합보안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두 갈래 전략’을 통해 우선 국내에서 덩치를 두 배로 키운 뒤 해외로 나간다는 전략이다. 벅월터 사장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에 해외로 눈을 돌려도 늦지 않다”며 “국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뒤 해외 시장은 천천히 공을 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사람들은 내는 돈에 비해 많은 서비스를 원하는 등 전반적으로 ‘눈’이 높다. 이런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보안업체 직원이 직접 출동하는 국가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기술 연구는 필수다. 벅월터 사장은 “인천 송도에 있는 연구소에서 40여명의 인력이 보안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며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지사를 자주 방문하는 등 세세한 곳까지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길거리 음란 행위 사건의 내막을 밝혀낸 것도 이 회사의 폐쇄회로TV(CCTV)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벅월터 사장은 “우리 회사 제품의 화질과 품질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벅월터 사장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혼자 사는 여성이나 저소득층에 월 9900원의 이용료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그가 직접 개발한 서비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