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음식 배달·쇼핑 앱, 스마트폰 밖으로 손 뻗다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의 스타벅스 매장. 직장인 이한영 씨 스마트폰에 주문 메뉴가 떴다. 몇 번의 터치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자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음료가 나왔음을 알린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쏟아져 들어온 주변 직장인들로 매장이 붐볐지만 이씨는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지난 5월 스타벅스가 세계 최초로 국내 매장에 도입한 ‘사이렌 오더’ 덕분이다. 이용자가 어떤 매장인지 스마트폰에 입력할 필요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매장 정보가 뜬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대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마이크를 통해 흘러 들어간 매장의 고유 소리는 이용자가 어떤 매장에 있는지 파악해 주문 메뉴를 화면에 띄워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가 모든 산업에 화두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보급과 기술의 발전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SK플래닛 상무는 “O2O를 단순히 흘러가는 트렌드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온라인에서 출발한 업체든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업체든 O2O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투 오프라인 ‘O2O’ 서비스 활짝

O2O라는 개념은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있었지만 올 들어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O2O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퍼플즈의 송훈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관심이 없던 국내 기업들이 올해 들어선 너도나도 O2O에 뛰어드는 분위기”라면서 “편의점과 백화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SK플래닛은 이달 초부터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서 O2O를 이용한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핑몰 입구에서 각 층마다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특정 매장에 들어가면 관련 할인 정보·쿠폰을 받아볼 수 있다. 쇼핑몰 곳곳에 블루투스와 같은 통신장비를 설치해 스마트폰 이용자가 어느 구역에서 어느 구역으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 역시 다음과의 합병 첫 프로젝트로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는 카카오톡과 다음의 검색·지도·지역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기업 마케팅 공간 ‘플러스 친구’는 할인·이벤트 정보를 카톡 메시지로 일괄 전송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O2O를 적용하면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매장의 특정 이벤트를 알려준다거나, 매장에 들렸을 때 스마트폰에 관련 정보를 띄워주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카카오는 송금·간편결제·택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O2O 영역에서 큰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배달앱 분야에서는 O2O가 활성화된 지 오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오프라인 전단지 시장을 모바일로 갖고 온 데 이어 각 음식배달 식당들을 위한 컨설팅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성호경 홍보팀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들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배달의민족의 ‘사장님사이트’라는 곳에 들어가면 식당별로 주문 통계, 광고 효과, 소비자 평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0조원 한국 O2O 시장

O2O는 세계적인 추세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아마존 대시’를 공개했다. 막대 모양의 아마존 대시를 구입하려는 상품에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우유가 다 떨어졌다면 우유에 이 아마존 대시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구글은 올초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을 3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다. 애플은 O2O 기반 마케팅 도구인 아이비콘을 선보였다. 전 세계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버도 O2O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갖고 있는 텐센트는 ‘텐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O2O로 확장했다. 특정 상점에서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정보가 해당 상점의 위챗 계정으로 연결되고, 이용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까지 이뤄진다. 텐센트가 부동산 정보 사이트 58닷컴 지분 20%를 취득하고 중국 최대 맛집 평가 서비스 다중뎬핑, 택시 예약 서비스 디디다처를 인수한 것도 O2O에 대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매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O2O 시장은 한국이 300조원, 일본은 14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예전에는 온라인과 온라인, 오프라인과 오프라인 기업끼리 경쟁했다면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들이 한 공간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