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연료엔진 없이도 화성까지 1주일이면 간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지난주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연료 없이 전자기파 조작만으로 추진력을 얻는 새로운 우주선 엔진 실험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전자기파 엔진 실험을 통해 30~50마이크로뉴턴(μN)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는 게 골자다. 1뉴턴은 질량 1㎏의 물체에 초당 1m씩의 가속을 붙일 수 있는 힘으로 1마이크로뉴턴은 100만분의 1뉴턴이다. 이번 실험에서 도출된 30~50마이크로뉴턴은 작은 깃털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의 힘이다. NASA의 이번 발표로 세계 물리학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실험 결과가 기본적인 물리 법칙인 ‘운동량 보존법칙’을 뒤엎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도전장 받은 뉴턴의 물리법칙

전자기파를 우주선의 추진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인 ‘태양풍’을 이용하는 돛단배 모양의 우주선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기파도 운동량이 있다는 점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번 실험은 외부가 아닌 물체 내부의 전자기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기파를 사다리뿔 형태의 금속 용기 내부에 쏴주는 것만으로도 추진력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인디펜던트는 “기본적인 물리 법칙인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어긋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연료엔진 없이도 화성까지 1주일이면 간다?
이번 실험엔 전자기파의 일종인 극초단파가 사용됐다. 전자레인지에도 극초단파가 사용된다. 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하면 어떤 물체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그 물체의 운동상태는 변할 수 없다. 전자기파 엔진 내부에서 극초단파가 어떤 작용을 하든 엔진 자체를 움직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NASA의 이번 실험이 사실로 확인되면 뉴턴의 물리법칙은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 된다.

○영국에서 중국과 미국으로

전자기파 엔진을 둘러싼 논란은 2006년 영국의 항공우주공학자 로저 쇼이어가 과학잡지 ‘뉴사이언스’에 전자기파 엔진을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세계 물리학계는 “뉴턴의 3대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헛소리로 치부했다. 쇼이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전자기파 엔진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으나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의 주장에 주목한 사람은 중국의 한 물리학자였다. 중국 서북공업대의 양후안 교수는 쇼이어의 주장에 따라 전자기파 엔진을 만들어 추진 실험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2008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물리학계는 “중국의 주장을 믿을 수 있느냐”며 거들떠보지 않았다.

전환점은 미국의 물리학자 귀도 페타가 마련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 그들의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며 NASA에 검증을 요청했다. NASA는 2013년 8월부터 실험에 나섰고 전자기파 엔진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 받은 물리학계는 신중론

NASA의 이번 발표에 세계 물리학계는 충격을 받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응용하면 화성까지 가는 데 1주일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우주선에 연료를 실을 필요가 없어 발사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최형순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2011년에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입자를 발견했다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도전했지만 결국 연구상의 오류로 밝혀졌다”며 “NASA의 연구 결과를 신뢰하려면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