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책으로 미리 만나는 교황의 메시지 "삶의 풍요로운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의 가르침과 생각, 어록, 삶, 대담 등을 담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나온 책은 30종에 이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15권이 출간됐다. 다음달까지 출간 예정인 책도 여럿이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 서점들은 교황 관련 도서 기획전을 열고 별도의 판매대를 마련하는 등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서점가에 ‘교황 특수’ 기대가 크다. 지난 2월 나온 《복음의 기쁨》은 지금까지 7만부가 팔려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쏟아지는 교황 관련서 가운데 꼭 읽어보면 좋을 다섯 권을 선정했다.
[책마을] 책으로 미리 만나는 교황의 메시지 "삶의 풍요로운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복음의 기쁨

[책마을] 책으로 미리 만나는 교황의 메시지 "삶의 풍요로운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해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첫 공식 권고문이다. 교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정리돼 있다. 교황은 선교 환경이 바뀐 현대 세계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쉽고 친절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한다. 딱딱하고 어렵다는 교회 문서의 틀을 깨고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강론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자기만의 언어에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모든 사람이 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을 만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황과 나

해방신학자 김근수 씨가 쓴 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교황청 2000년 역사에서 세 번째 ‘개혁 교황’으로 규정한다. 첫 번째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한 19세기의 레오 13세, 두 번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주도하며 가톨릭 교회의 현대적 변화를 이끈 20세기의 요한 23세다.

저자는 교황청의 오랜 역사는 자기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파격과 서민적 풍모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교황 개인을 넘어 그가 추구하는 교황청과 교회의 개혁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또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에서 일고 있는 자정과 개혁의 목소리가 한국 가톨릭에는 본격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교회가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을 편들며, 교황청 중심·성직자 중심이 아니라 평신도가 앞장서서 가톨릭을 이끌고 나가도록 바꾸자고 제안한다.

천국과 지상

프란치스코 교황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시절 유대교 랍비이자 생물물리학자인 아브라함 스코르카와 나눈 대담집. 이 시대의 신앙과 가족, 삶을 아우르는 문제 등에 대해 교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핵심 단서들이 총망라돼 있다. 종교, 정치, 유대인 학살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부터 죄, 죽음, 노인과 여성, 이혼, 낙태, 동성애, 안락사, 빈곤, 돈 등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기탄 없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타 종교 지도자와 현대 세계가 직면한 온갖 문제를 솔직 담백하게 논의하는 그의 개방적이고 폭넓은 사고를 짐작케 한다.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2013년 9월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렸다. 이 신문의 창립자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교황은 이후 직접 스칼파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제안해 자신의 소박한 거처에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다. 또 이들의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라 레푸블리카’는 다양한 지성인이 참여한 가운데 교회가 당면한 쟁점과 이를 해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이 실려 있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한 직후부터 지난 6월까지 사람들에게 전한 따뜻한 위로의 말을 모은 책. 로마에 유학하면서 교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진슬기 신부가 교황의 마음, 어감, 말투까지 살려 번역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친숙한 임의준 신부의 삽화도 담겨 있다.

진 신부는 교황의 가르침을 매일같이 듣고 우리말로 옮기고 있는 터라 최근 뉴스가 됐던 마피아 파문까지 담고 있다. 책 제목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삶과 직결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