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 깎던 기술로 손톱 광택냈어요"
“손톱깎이처럼 전 세계 누구나 쓰는 생필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네일샤이너’로 금상과 사우디아라비아발명협회 특별상을 받은 정철진 알파옵트론 대표(38·사진)의 야심이다. 네일샤이너는 손발톱 손질과 광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유리 소재 발명품이다. 마치 길쭉한 아이스크림 막대기 같은 단순한 모양 속에 반도체 공정 원리(에칭)가 숨어 있다. 에칭을 유리에 적용해 10마이크로미터(㎛) 높이의 미세 칼날을 집적시켜 보들보들한 표면의 미용기구를 만들어냈다. 이 전시회에 가져간 500개 제품은 모두 팔렸다.

여성들이 쓰고 있는 손톱 손질 기구인 ‘네일파일’, 광택 기구인 ‘네일버퍼’와 소재가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두 기구의 기능을 합쳐 놓은 것이다. 손질 시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짧다. 네일샤이너로 쓱쓱 문질러주면 손톱 광택이 최소 2주일은 간다.

정 대표는 청주대에서 광학공학과 기하광학을 전공했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안경사를 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선택한 과인데, 학문과 기술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인생 행로가 바뀌었다. 그는 “4년 내내 렌즈 형상을 보고 만들고 깎으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졸업 후 중소기업 두 곳을 다니며 강화유리 등 관련 사업을 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G-창업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2012년 11월 알파옵트론을 홀로 창업했다. 그리고 중소기업 재직 기간을 포함해 7년간 자나 깨나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네일샤이너를 지난해 7월 출시했다. 에칭 기술 적용 후 불량률을 줄이고 안정적인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 추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도움도 있었다.

정 대표는 아기자기한 생활소품을 즐기는 일본에 먼저 진출했다. 푸르덴셜 계열인 지브롤터생명보험(전 교에이생명)에 2만개를 공급했고, 이달부터는 일본 전역 소니프라자 80곳에 공급한다. 또 국내 모 연예기획사와 합작해 배우, 아이돌 그룹, 영화 캐릭터 등을 새겨 넣은 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전공을 제대로 살려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용품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팔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올해 매출 목표 1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특별상을 선사한 사우디 등 중동 국가에도 곧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겉치장이 제한되는 이슬람 국가 사람들이 그나마 손 등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또 광학 관련 기술을 통해 제2, 3의 ‘못 보던’ 생활용품을 계속 내놓겠다고 했다.

시흥=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