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이 세계 최고 효율의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이 세계 최고 효율의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2012년 기준 3.2%에 그쳤다. 그것도 폐기물, 바이오, 수력이 92%를 차지했다. 태양광은 미미한 실정이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8일 만난 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아직 화석연료보다 태양광 발전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태양광 1㎾h 평균 판매단가는 599원으로 39원인 원자력보다 15배 넘게 비싸다. 석탄(66원) LNG(210원) 석유(253원)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때문에 보다 저렴한 차세대 태양전지를 만드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데 관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세계 최고 효율의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3분의 1 이하 가격에 만들 수 있다. 발전 효율은 17.9%로 20% 초·중반인 실리콘 태양전지에 가까워졌다. 지지부진했던 태양전지 보급에 돌파구를 마련한 연구라는 평가다.

차세대 태양전지 찾아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태양전지는 모두 실리콘 태양전지다.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많은 단점이 있다는 게 석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실리콘 반도체는 비싼 원재료와 복잡한 공정 때문에 생산 단가가 비싸다”고 말했다. 또 “두께가 두껍고 재질이 딱딱하다 보니 아무 곳에나 태양전지를 붙일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 지붕이나 휴대용 전자기기의 표면에 실리콘 태양전지를 붙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10~15년 동안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 석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태양전지를 개발하려는 열의가 높지만 이들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전환 효율이 5~10%로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가 가장 컸다. 20년 이상 가는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깥 환경은 유기물 기반 태양전지를 쉽게 고장 내곤 했기 때문이다.

유·무기 하이브리드 장점만 쏙

전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튼튼한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 석 연구위원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섞은 유·무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투명 전극으로 코팅된 유리 기판에 유·무기 화합물 용액을 얇게 바르는 방식”이라며 “보통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치밀하면서도 얇게 바르기 힘든데 이를 극복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그가 만든 태양전지는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세계 최고의 효율로 등재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그는 “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유리처럼 붙여두고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상용화 기술만 더 연구한다면 차세대 태양전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