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서 녹색 모자 쓰면 안 되는 이유
어느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에서 중요한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중국인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렸지만 나중에 그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그가 쓰고 간 녹색 모자가 문제였다. 중국에서 남자가 녹색 모자를 쓰면 ‘내 아내가 바람났다’는 뜻으로 통해서 금기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업가를 측근에서 보좌하던 중국인 직원들은 이 사실을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중국인 특유의 이기주의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는 삼성 최고의 중국 전문가였던 저자가 20년 동안 경험한 중국인의 본모습을 사업 현장과 역사 고전을 오가며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뜻하는 ‘관시’를 비롯해 중국을 움직이는 원리를 분석한다.

중국이 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국가인지, 저자는 중국의 양면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철저한 실리주의를 택하는 중국인의 성격을 알고 협상에 임하라고 조언한다. 강하게 나갈 것인지 화친을 맺을 것인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드러난 규칙 위에 군림하는 숨은 규칙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중국은 철저하게 ‘우리’와 ‘그들’로 나뉜다”며 그 ‘우리’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진짜 친구를 사귀는 노하우도 전한다. 받은 만큼 주고, 준 만큼 받는 서양의 ‘합리적 교환’과는 달리 서로 늘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비등가 교환’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 저자는 “중국인에게는 법과 원리 위에 친구가 있다”며 “이런 친구 맺기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