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오른쪽)이 가산디지털밸리 본사에서 직원과 방송용 고화질 모니터의 개발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오른쪽)이 가산디지털밸리 본사에서 직원과 방송용 고화질 모니터의 개발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우주왕복선 발사 광경을 지켜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의 모니터에는 ‘TVlogic’이라는 로고가 종종 붙어 있다. 세계적인 뉴스채널 CNN이나 권위 있는 영국 공영방송 BBC, 아랍권 뉴스의 총아로 떠오른 알자지라 방송용 모니터에도 마찬가지다.

TVlogic은 가산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에 있는 티브이로직의 브랜드다. 이 회사는 54개국에 90여명의 판매상을 두고 방송용 모니터를 수출하고 있다.

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은 “주력 제품인 고화질(HD) 방송제작용 모니터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으로 1위, 세계시장에서는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JVC 등과 경쟁하며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2002년 서울 여의도에서 사무실 한 칸을 얻어 창업한 지 12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KAIST(석사)를 나와 LG전자와 KBS 기술연구소에 근무한 그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망은 뜨거웠다.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될 때 ‘기회가 생겼다’고 보고 과감하게 창업했다. 당시는 벤처 버블이 꺼져가던 시절이었다.

직원은 신참 4명이 전부였다. 이들에게 교육을 해가며 개발을 주도했다. 이 사장은 “한국 방송장비 시장을 90% 이상 장악해 온 외국 기업은 음극선관(CRT) 방식에 미련이 있었지만 우리는 고화질 모니터를 개발해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세계 최초로 방송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모니터와 3D OLED모니터를 내놨다. 그 뒤 초고해상도(UHD) 방송용 모니터를 세계 두 번째로 선보였다. 티브이로직은 지금도 직원 150명 중 55명을 연구개발부서에 배치해 놓을 정도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사장은 방송장비 전시회인 라스베이거스전시회(NAB)와 암스테르담전시회(IBC)에 출품해 브랜드를 알렸다. 해외 거대 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납품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해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자사브랜드를 고집했다. 전시회에서 신제품을 본 판매상들이 앞다퉈 대리점을 하겠다고 나섰다.

티브이로직의 작년 매출은 263억원이었다. 이 중 수출이 약 75%다.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은 유럽으로 실어낸다.

이 사장은 “방송용 모니터는 선명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색상이 정확해야 한다"며 “일반 컴퓨터용 모니터에 비해 가격이 열 배가량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가 방송용으로 제한돼 빠른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티브이로직은 자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카메라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뷰파인더 모니터를 개발했고, 고음질 하이파이 음원을 저장·재생하는 장치인 ‘오렌더(Aurender)’ 시리즈도 공급하고 있다. 이 중 뷰파인더는 외국 경쟁사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