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포드와 손잡고 자동차용 전지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일반 자동차에 들어가는 납축전지를 리튬이온전지로 교체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납축전지를 리튬이온으로 바꾸면 무게·부피가 줄어 자동차업계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납축전지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납축전지 시장은 연간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삼성SDI는 리튬이온전지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서의 흑자 달성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삼성SDI-포드 '車배터리 혁명'…초경량 전지 만든다
○납축전지를 리튬이온전지로

삼성SDI와 포드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용 12V 납축전지를 대체할 ‘초경량 리튬이온 전지’ 콘셉트 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납축전지보다 40% 이상 무게가 적게 나간다. 부피도 줄어든다. 이를 통해 자동차 연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포드와 삼성SDI의 생각이다.

테드 밀러 포드 전지부문 연구개발(R&D) 책임자는 “삼성SDI와 공동 개발할 전지시스템은 획기적인 연료 절감은 물론 내연엔진과 전지 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의 하이브리드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또 기존 12V 납축전지와 결합해 탑재하는 ‘듀얼 전지 시스템’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마찰에너지로 전지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시스템에 적용하면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 정차 후 재출발할 때 내연엔진 대신 전지동력으로 차량 내 전장 시스템을 돌리는 방식이다.

○틈새시장 공략, 흑자전환 앞당긴다

리튬이온전지 세계 1위인 삼성SDI는 휴대폰 등 정보기술(IT)용 소형 전지만 만들다, 2008년부터 자동차 전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는 별다른 매출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BMW의 i시리즈 출시 이후 매출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2년 ‘0’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내년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만큼 아직 흑자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전기자전거와 각종 공구용 전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좀 더 빨리 ‘규모의 경제’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납축전지는 최적의 시장이다. 기존 시장 규모가 2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엔 최소 30억~40억달러 규모의 납축전지 시장이 리튬이온전지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포드 외에도 다임러그룹, 포르쉐 등이 납축전지를 리튬이온전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포드와의 이번 협력을 계기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그동안 LG화학에서 전기차 전지를 납품받았다.

삼성SDI는 현재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과 함께 차세대 전기차 전지를 개발 중이다. USABC는 미국 에너지국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갈 고성능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컨소시엄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