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는 무더기 처벌과 문책, 안전규정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정홍원 총리는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안전 혁신의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검찰의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국세청의 탈세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법적 뒤처리의 수순이다.

무리한 변침(變針), 화물 과적, 선원윤리 실종, 배 구조변경, 허술한 관리·감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사고가 근절될 것 같지는 않다. 비리와 무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왜 험한 수로에서 과속과 변침을 했고, 대리 선장의 월급이 고작 270만원이며, 선원들은 기본적인 수칙조차 몰랐고, 컨테이너를 허술하게 밧줄로 엮고, 일본의 낡은 배를 사다 운항해야 했는지….

여기에는 국내 연안여객 사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도사리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연안여객 업체 중 가장 큰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3~4년 전부터 경영이 악화돼 지난해 7억85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천~제주 간 노선은 7만~18만원대를 받는데, 저가 항공사들이 나타나 손님을 많이 빼앗아간 탓이다. 낡디낡은 여객선을 멋대로 증축해 무리하게 짐을 싣고 곡예 운항을 해야 먹고사는 구조다. 임직원 급여는 업계 최저다. 선원은 월 200만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이직이 다반사이고, 우수인력이 올 리 만무하다. 사고 가능성이 구조화돼 있었던 셈이다.

안전은 곧 비용을 의미한다.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비로 단돈 54만원을 쓴 것처럼 ‘경영난-저임금-안전 무시’의 악순환이다. 연안 여객사업의 수익성이 낮으니 노선마다 자연스레 독점 구조가 되고 서비스는 더욱 열악해진다. 여객선은 대개 낡고 지저분하며, 제복 입은 선원을 구경하기 힘든 게 보통이다. 또 이익을 내지 못해 싸구려 중고선을 쓰게 된다. 슬리퍼를 끌고다니는 수준의 선원이라면 그에게 무슨 안전수칙이며 제도화된 승객 보호를 요구할 것인가. 안전 매뉴얼이 없어 생긴 문제가 아니다. 안전 매뉴얼이 무려 3200개에 달한다지 않는가. 연안여객 사업의 영세성을 들여다봐야 깊이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