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반올림
사진 출처=반올림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LCD 공장 백혈병 문제에 대한 공식 보상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인권단체 반올림 측 말바꾸기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7년을 끌어온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양측 입장 차는 여전한 안개 속 국면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6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수요 사장단 회의 뒤 브리핑을 갖고 "당초 반올림 측이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을 마련을 제안한데서 말을 바꿔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반올림이 3자 포함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11일 직접 건넨 제안문에는 제3자 중재 기구 참여가 명시화돼 있다"며 "우리에게 직접 건넨 제안에도 나온 내용을 다시 뒤짚다보니 어떤 내용을 정확히 검토해야할지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올림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다. 앞서 지난 9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과 반올림, 유가족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 유가족에 삼성 측 공식 사과 ▲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공정한 보상책 마련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정부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이틀 뒤인 11일 반올림 측은 같은 내용의 축구 서안을 심 의원 명의로 삼성전자에 전달했다. 이어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환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사흘만에 다시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는 4개 요구안 중 세번째로 명시한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 반올림이 설치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삼성 측은 해명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유족, 심 의원, 반올림 등 3자가 공동으로 보상안 마련 제안을 한게 틀림없구나 생각했는데 반올림이 도리어 제안 조건을 부정하면서 검토할 대상이 사라져 버렸다"며 "반올림 측은 지난 1년간 직접 협상 때도 유족 측 위임장을 받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꿔 협상 혼선을 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 관계자는 '반올림 입장 변화로 삼성 공식 입장 발표를 취소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반올림 및 유족 측이 어떻게 이 사안을 정리를 할지 먼저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적극적 해명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마치 삼성이 협상을 기피하는 듯 한 근본적 오해가 있는 듯 하다"며 "삼성은 백혈병·직업병 문제에 대해 심 의원 및 반올림, 유족 3자의 제안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가 반올림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월부터 실무 협상에 이어 같은해 12월 본협상을 진행했지만 유가족 위임장 공방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반올림이 대표성을 갖는만큼 차후 법적 효력을 보장토록 유족 측 위임장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반올림은 협상 전 위임장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이 유족 개개인과 개별 협상을 하려는 시도라며 반발, 위임장 수령을 철회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 및 유가족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등이 최근 주목받으면서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씨는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