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삼성·LG 손잡고 소프트웨어 인재 키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워내지 못하는 한국의 대학교육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경제단체장으로 기업인들을 만나고, 최고경영자(CEO)로 직접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의 간극을 수십년간 경험한 그의 일관된 소신이다.

중앙대, 삼성·LG 손잡고 소프트웨어 인재 키운다
박 이사장은 2008년 중앙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말’이 아닌 ‘실천’을 시작했다. 특히 공과대학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데려가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했다고 한다.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려는 그의 노력이 첫 결실을 보게 될까. 중앙대가 실무형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한 특성화 전공을 신설, 내년에 신입생 40명을 선발한다고 2일 발표했다. 박 이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협력을 제안했고, 두 회사가 호응해 3자 간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지난 2월 체결했다.

컴퓨터공학부에 신설되는 ‘소프트웨어 특성화 전공’에 입학하면 대학에서 2년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는다. 또 2학년 2학기에 두 회사가 실시하는 채용에서 최종 합격하면 삼성·LG전자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3·4학년을 보낸 뒤 졸업과 동시에 입사하게 된다.

중앙대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 대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론은 ‘온라인공개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으로 수강하게 한 뒤, 강의시간에는 실무 중심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4학년 2학기엔 두 회사에 채용이 확정된 학생들을 현장으로 보내 ‘직장 내 교육(OJT)’을 받지 않고도 입사 후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조성래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은 “삼성과 LG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많이 원하고 있는데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국가적인 상황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의료·금융·관광·교육 등과 함께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선정,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이 기업과 MOU를 맺고 함께 특정 분야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학과를 개설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 IT융합학과, 소프트웨어학과) 한양대(융합전자공학부, 미래자동차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경북대(모바일공학과) 등도 관련 학과를 개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협력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 중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맞춤형 인재로 배출되는 학생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특히 심각하다.

삼성전자만 해도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찾기 어려워 인도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까지 뽑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두 배로 늘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국내엔 워낙 사람이 부족해 100명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근무 중인 소프트웨어 인력은 약 3만9000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해외에 사업장이 많기도 하지만 국내 인력 부족 문제가 더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대학들과의 협력이 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형주/남윤선/박재민 기자 ohj@hankyung.com

'스트롱 코리아-창의인재 키우자' 3월31일자 A4, 5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