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
임영록 KB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
“좋은 책을 보면 아는 분들과 같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선물할 책을 많이 사다보면 출판사와 제지업체도 잘되고…. 내수 경기에 좋지 않겠어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유명하다. 재정경제부 차관이던 2005년 책 선물을 시작했다. 좋은 책이다 싶으면 한번에 100~200권씩 사서 지인들과 나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선물한 책이 1만권을 넘었다.

박 회장처럼 주변 사람들과 좋은 책을 공유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늘고 있다. 직원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독서경영’과는 다르다. ‘지적인 호기심’을 지인들과 함께 풀고 싶어 책을 선물하는 이들도 있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책을 함께 나누고 싶다”

박 회장이 처음 대량으로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한 책은 ‘궁궐의 우리나무’(눌와)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서울의 궁궐에서 자라고 있는 250여종의 나무를 소개한 책이다. 꽃과 나무 등에 관심이 많았던 박 회장이 관련 서적을 찾던 중 발견했다. 박 회장이 몇 백 권씩 구입해 나눠주며 홍보대사를 자처하다보니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출판사에서 재판을 찍으려고 하는데 더 살 거냐고 물어올 정도였다”며 “선뜻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를 선물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주하 농협은행장도 책을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행장은 책과 함께 직접 작성한 ‘요약본’도 준다. 최근엔 한국사를 포함한 동양사와 서양사를 함께 다룬 ‘역사’(들녘)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2010년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꾸준히 직원의 생일 때마다 직접 고른 책에 편지를 써서 준다. 최근에 선물한 책은 ‘우체부 프레드’(랜덤하우스코리아)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하얀거탑’의 저자로 유명한 야마자키 도요코가 쓴 ‘불모지대’(청조사)를 주변에 나눠준다. 전후 일본 경제 발전을 이끈 종합상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책으로 주변에 슬럼프에 빠진 사람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선물하고 있다.

○잔소리 대신 책 권하는 CEO

부하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전하는 CEO들도 있다. 말로 설명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책을 선물하면 ‘소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2009년 3월부터 팀장 이상 임직원들에게 매달 책 한 권씩을 선물한다. 팀장 이상 임직원이 200여명쯤 되니까 지금까지 1만2000권 이상 나눠준 셈이다. 책 첫 페이지에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Reading is Leading’이라는 문장과 함께 사장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 선물한다. 의무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하지는 않지만 써서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준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본인이 책을 좋아하는 만큼 직원들에게도 책을 권하기로 유명하다. 지난달에는 창의성을 강조한 책 ‘이카루스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를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에게 나눠줬다.

의료용 소재를 만드는 중소기업 메타바이오메드의 오석송 대표는 업계에서 유명한 독서광이다. 지인들에게 수시로 책을 선물하고, 만나기 힘든 이들에겐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은 ‘가치관 경영-영혼이 있는 기업은 지지 않는다’(쌤앤파커스)를 권하고 있다.

박신영/유승호/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