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통계에 가려져 있던 공공기관 부채 389조원이 나랏빚에 포함되면서 2012년 말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가 8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1272조4595억원) 대비 부채비율은 기존 30%대에서 60%대로 올랐고, 국민 1인당 공공부채도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 1628만원을 기록했다.

나랏빚 821조, GDP의 65%…가려있던 공기업 부채 389조 '화들짝 '

○공공 부채비율, 인도네시아의 2배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는 2012년 말 기준 504조6000억원으로 GDP 대비 39.7% 수준이다. 일본(219.1%)이나 미국(106.3%), 독일(89.2%) 등 주요 선진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07.4%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일반정부 부채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공공기관(252개)의 부채를 더한 것으로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마련한 국제 기준 부채 산정 방식이다.

그러나 2012년 IMF 등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숨겨진 빚’의 위험성을 깨닫고 각 국가의 공공부문 부채를 빠짐없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마련된 것이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PSDS)이다.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부채를 아우르는 부채를 발표하라는 것.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부문 부채를 다시 계산했고, 그 결과 나온 숫자가 14일 발표된 821조1000억원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65.4%다. 이 비율은 일본(308.2%)보다는 훨씬 낮지만 멕시코(38.7%)나 인도네시아(33.1%)보다는 2배 가까이 높다. 한 민간연구원의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이 대신해온 경우가 많아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공공부문 부채가 많은 편”이라며 “이번 통계개편으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본격적인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 부채 포함 시 1000조원 넘어

이번 공공부문 부채산정 과정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채를 뜻하는 충당부채가 공공부문 부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추후에 논란이 될 수 있다. 새 지침은 앞으로 퇴직할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연금 충당부채를 공공부문 부채에 포함시키라고 명시했다. 2012년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467조4000억원으로 1년 새 96조5000억원 늘었다. 충당부채를 공공부문 부채에 포함하면 나랏빚은 1288조5000억원(GDP 대비 101.3%)으로 늘어난다. 채무 불이행 시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보증채무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도 문제다. 2012년 보증채무는 145조7000억원으로 GDP의 11.5%에 달하는 데 이번엔 공공부문 부채에서 빠졌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외국에서도 충당부채와 보증채무를 포함한 부채를 산출한 국가가 없다”며 “새 지침에 따른 공공부문 부채 산출을 처음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투명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포함 문제도 논란거리다. 금융공기업은 예금 자체가 그대로 부채로 나타나는 등 일반적인 부채와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제외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금 성격이 아닌 수출입은행 등의 부채를 제외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