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그 남자의 품격, 그 여자의 시선
“슈트가 돌아왔다.”

남성 패션의 부활 조짐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최근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에서는 명품 캐시미어 브랜드인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더블 슈트를 내놨다. 수천만원짜리 초고가 슈트로 유명한 ‘키톤’은 대형 쇼룸을 차리고 다양한 정장을 선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일 한동안 패션시장의 대세였던 중국과 여성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남성, 특히 고가 슈트가 새로운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등 패션위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명품의류 산업 전반에서 남성을 위한 고가 슈트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남성 패션이 여성 패션의 성장률을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FT 역시 남성을 위한 명품 브랜드의 신규 라인 출시가 당분간 줄을 이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1)·(2) 브리오니: 동·서양 만남 주제, 재킷에 두루미 무늬
(3)·(4) 에르메네질도 제냐: 울·캐시미어 등 최상급 소재 활용
(5) 보테가베네타: 가죽·스웨이드, 다양한 소재 믹스매치
(6)·(7) 구찌: 가죽 부드럽게 만들어 코트·재킷에 사용
(8) 브루넬로 쿠치넬리: 포멀한 더블 슈트, 세련된 신사복 연출
(1)·(2) 브리오니: 동·서양 만남 주제, 재킷에 두루미 무늬 (3)·(4) 에르메네질도 제냐: 울·캐시미어 등 최상급 소재 활용 (5) 보테가베네타: 가죽·스웨이드, 다양한 소재 믹스매치 (6)·(7) 구찌: 가죽 부드럽게 만들어 코트·재킷에 사용 (8) 브루넬로 쿠치넬리: 포멀한 더블 슈트, 세련된 신사복 연출
실제 명품업계 공룡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과 케어링그룹은 각각 소속 남성 브랜드 ‘벨루티’와 ‘브리오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프라다’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남성 대상 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중국 포선그룹이 이탈리아 명품 슈트 ‘카루소’의 지분 35%를 인수하고, 홍콩 펑그룹은 영국 맞춤슈트 전문 브랜드 킬고어를 사들이는 등 자금 또한 몰려드는 모습이다.

슈트…그 남자의 품격, 그 여자의 시선
올초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올 가을·겨울 남성 신상품을 일제히 선보였다. 이탈리아 명품 슈트 ‘브리오니’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주제로 한 신상품을 내놨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타오의 건축양식, 그리고 명암의 강렬한 대비가 특징인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 등을 결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재킷과 셔츠의 앞 뒷면에 손으로 그려넣은 매화 벚꽃 두루미 대나무 등 동양적 무늬를 넣어 희소성을 높였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천체물리학자들과 손잡고 만든 화려한 영상의 패션쇼로 타 브랜드를 압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포멀 룩의 경우 비쿠냐 울 캐시미어 등 자연에서 얻은 최상급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구찌’는 ‘구찌 남성의 본질’을 주제로 한 올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을 내놨다. 구찌의 대표 소재인 가죽의 활용이 돋보였다. 가죽을 매우 부드럽게 만들어 코트와 바이커 재킷에 적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 브랜드의 대표 코트인 마린 피코트 등에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전통 원단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렸다.

‘보테가베네타’ 역시 일반적인 소재 외에 가죽, 플란넬, 스웨이드, 이중직 양모 등 예상 밖의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브랜드가 미리 선보인 올 가을·겨울 코트는 모든 제품이 양면 착용이 가능(리버서블)하다. 한쪽 면엔 무늬를 넣고 반대 면은 단색으로 처리해 활용도가 매우 높아 보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