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제 울산과기대 총장 "개교 5년…KAIST와 어깨 견준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울산과학기술대(UNIST). 21일 총장실에서 만난 조무제 총장(69·사진)은 한동안 스마트폰에서 얼굴을 떼지 못했다. 조 총장은 “다음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울산과기대의 과학기술원 전환 관련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요즘 틈만 나면 의원들과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글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총장은 “울산과기대는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KAIST,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과 어깨를 견주는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했다”며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면 또 한번 도약의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립대 법인 5년의 성과

2009년 국립대 법인으로 개교한 울산과기대는 5년 만에 영국 네이처 출판그룹의 연구역량 평가(NPI)에서 국내 대학 7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박사육성지원사업인 ‘글로벌 박사 펠로십(GPF)’에는 14명이 뽑혔다. 대학원 재학생 대비 선발인원 비율로는 2.8%로 포스텍(포항공대) 0.7%, KAIST 0.5% 등을 제치고 국내 1위를 차지했다. 2차 전지연구 분야는 미국 MIT, 스탠퍼드대와 함께 세계 3위권에 올랐다.

조 총장은 “이사회 승인만 거치면 우수 교수진 영입과 학과 변경 등이 자유로운 국립대 법인 체제였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고 단언했다.

개교 한 달 전 에너지 저장 분야 세계적 과학자인 조재필 한양대 응용화학과 교수(47)를 정년 보장 정교수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50% 늘리는 기술을 향토기업에 이전하면서 64억원을 받았다. 해당 기술이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경우 20년간 매출의 1%를 추가로 받는다.

이 같은 기술이전료 수입은 국내 대학이 단일 기업에 이전한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울산과기대는 국내외 우수 교수 유치를 위해 교수 정년도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 전체 교수 293명 가운데 3분의 2가 MIT·하버드대 등 세계 명문대 출신이며 외국인 교수 비율도 16.7%에 달한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100% 영어강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조 총장은 강조했다.

○UNIST밸리 조성키로

울산과기대는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보다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위상이 바뀌면서 연구 역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2학년 때부터는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울산과기대의 이 같은 특성은 개교 첫해부터 전국 3% 안에 드는 최우수 학생이 대거 몰려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조 총장은 제2공학관 옆 10만㎡ 부지에 사업비 2000억원을 들여 최대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상회의실과 융합연구동, 기숙사 등을 갖춘 ‘UNIST 밸리’를 2016년까지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조 총장은 “단계적으로 외국인 교수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UNIST도 머지않아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인재를 배출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