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맨 오른쪽)과 함께 베른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맨 오른쪽)과 함께 베른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베른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베른 상공업직업학교(GIBB)’. 130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스위스 직업학교 중 하나다. 교사 600여명에 학생 수는 무려 7500명에 달한다.

스위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이 학교를 찾았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현지 대학을 방문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고교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스위스가 제조업과 첨단기술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 덕분”이라며 “평소 ‘스펙’보다는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으로선 벤치마킹할 만한 내용이 많아 스위스 방문 전부터 여러 차례 이 학교를 꼭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한·스위스 경제인포럼에서도 “오래전부터 명성을 들어온 베른 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해 세계 최고의 인적자원을 양성해낸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직접 보고 듣고 싶다”고 말했다.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함께 학교를 찾은 박 대통령은 모건에그 마티 교장에게서 직업교육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학교는 교과 과정을 건축가, 전기기술자, 네트워크기술자, 금속공예가 등 60여개의 구체적 직업군별로 나눠 교육을 진행하며 주당 2일은 이론 수업, 3일은 관련 기업체에서 실습을 받게 한다.

박 대통령은 컴퓨터 이론 수업과 엔지니어링 실습실을 직접 참관한 뒤 학생들과 20분간 즉석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수업 전체가 토론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고 교사 대부분이 실제 기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다는 점에 관심을 나타냈다. 학생들과는 직업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 교과 과정, 대학 진학 여부 등을 주제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런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학교에 와서 듣고 보면서 거기에 대한 답을 얻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근본적으로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을 인정받는 나라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 학교 교육 시스템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한국 교육이 참고할 일이 많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베른 상공업직업학교 방문을 끝으로 2박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가 열리는 다보스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 도착 직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접견 첫 일정으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을 만나 최근 인터넷 신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물인터넷(가전제품, 전자기기뿐 아니라 헬스케어,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다양한 유무형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창조경제 구상을 설명하고 한국 내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 행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국내 기업인 30여명과 제이컵 프렌켈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 스위스 직업교육은…중졸 70% 직업학교 선택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34.7%에 불과하지만 청년고용률은 61.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7%로 높지만 거꾸로 청년고용률은 39.7%로 낮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날까. 해답은 직업교육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는 스위스는 고등학교 입학자의 70.2%가 직업학교를 선택한다. 83%가 일반고에 진학하는 우리와 딴판이다.

스위스 학생 상당수가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취업이 잘 되기 때문이다. 스위스 기업의 상당수는 직업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수습제도를 운영 중이며 수습을 마치면 대부분 채용된다. 봉급도 일반 대졸자와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이 입시 위주 이론 교육을 한다면 스위스 직업학교는 철저히 실용 위주의 현장 학습 위주로 진행된다. 1주일에 3~4일은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나머지 1~2일만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 직업학교 교육 과정은 정식 학위도 주어진다. 교육 내용도 총 230여개 직업군별로 나뉘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베른=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