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총' 만든 괴짜 코디 윌슨, 비트코인 비밀거래 SW 개발 중
지난해 3차원(3D) 프린터로 격발 가능한 플라스틱 총을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혔던 코디 윌슨(25·사진). 그가 이번에는 온라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진적 자유주의자 윌슨이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다크월렛’을 개발 중이라고 3일 보도했다. 누구나 총기를 만들 자유가 있다는 논리를 펴며 인터넷에 3D 프린터 권총 설계도를 유포했던 그가 미국 정부의 규제에 부닥치자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다크월렛은 암호화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 거래 내역에 대한 정부의 추적을 더욱 어렵게 만든 소프트웨어다. 비트코인 거래에 사용되는 일종의 계좌번호인 ‘지갑주소’는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주소 간 거래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만약 규제 당국이 지갑주소의 주인만 알아내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배격하는 그가 무정부주의 개발자들과 함께 다크월렛을 개발하는 이유다. 다크월렛은 구글 크롬 브라우저 등에 탑재 가능하며 올초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윌슨은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사상을 추종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거두 하이에크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주장했던 케인스에 맞서 시장의 자생적인 질서를 주장했다. 실제로 윌슨의 책장에는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이 꽂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을 하이에크의 이상을 실현할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윌슨은 센트럴아칸소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텍사스대 로스쿨에 입학했으나, 지난해 5월 3D 프린터 총기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 자퇴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