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제네시스' 벌써 1만2000대 돌풍…40대·승진 임원들이 열광했다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출시 전날인 지난달 25일. 전국 영업소에 가격을 알려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동안 신차가 나오면 영업사원들이 사전계약자들에게 대략적인 가격을 귀띔해줬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비공개로 했다. 소비자 조사 등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새로운 가격 결정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성을 높이려는 재무팀과 판매량을 늘리려는 상품팀이 가격 줄다리기를 했다면 이제는 가치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며 “일반 사양과 고급 사양의 가격을 차별화한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지난 16일까지 1만2000대 판매에 근접했다. 지난해 제네시스(구형) 연간 판매량이 1만8076대란 점을 감안하면 8개월치를 판매한 셈이다. 구형 제네시스가 계약 1만대를 넘어서는 데 18일이 걸렸지만 신형 제네시스는 이 기록을 6일이나 단축시켰다. 업계에서는 상품성뿐만 아니라 가격과 출시시기, 젊은층 유입 등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 벌써 1만2000대 돌풍…40대·승진 임원들이 열광했다

○새로운 가격 전략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은 4660만~6960만원이다. 구형보다 200만~300만원가량 올랐다. 수입차가 신형 모델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추는 것과 비교된다. 신형 제네시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경쟁모델인 가격 인상을 상쇄할 정도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넣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중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G330 프리미엄(5260만원)으로 전체 계약대수의 50%를 차지한다. 이 모델에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주행속도 등 차량정보를 앞유리에 띄워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 DVD플레이어, 스마트 공조시스템, 전동식 뒷면 유리커튼 등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박진영 현대차 국내상품팀 부장은 “주력 모델은 400만원가량의 가격 인상요인이 있지만 230만원만 올렸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모델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법인용 차량은 인상폭을 30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법인차 교체시기 공략

재계 임원 인사 시기를 공략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는 당초 내년 초 제네시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법인차 교체수요를 고려해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 연말 인사철을 맞아 삼성, LG 등 승진 임원들이 대부분 신형 제네시스를 선택하고 있는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4륜구동 모델을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눈길, 빙판길에 강점을 지닌 4륜구동을 선택하면 차량 가격이 250만원가량 오른다. 그럼에도 계약자 중 4륜구동 옵션인 H트랙(HTRAC)을 선택한 비율이 7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임원용 차량은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과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동안 국내에는 4륜구동 중대형 세단이 없었다는 점도 희소가치를 높였다.

'신형 제네시스' 벌써 1만2000대 돌풍…40대·승진 임원들이 열광했다
○젊은층 주요 고객으로 부상


젊은 고객이 늘어난 것도 판매량 증가에 기여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계약고객 1만1000명을 분석한 결과 30~40대 연령층은 48%로 구형 모델보다 6%포인트 늘었다. 이에 비해 50대는 35%로 3%포인트 줄었다. 기존 40~50대 이상의 프리미엄 고객층을 유지하면서 역동적인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선호하는 젊은층까지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개발할 때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독일 프리미엄 모델을 주요 타깃으로 잡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