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타카드 '수수료 횡포' 개선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비자나 마스타카드 등 국제브랜드 신용카드의 이용수수료를 낮춰 소비자들의 과도한 연회비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해외이용 수수료를 내는 등 그동안 불합리한 비용을 부담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카드 수수료에는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이 국내 신용카드사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모두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사용해도 국제 수수료 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비자와 마스타카드 등 국제브랜드카드와 국내카드사의 불합리한 계약을 전면 개정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신용카드에 비자나 마스타 이름이 적혀 있으면 국제겸용카드다. 이들 카드는 해외에 나가서 사용할 때 국제카드 결제망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문제는 국제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할 때도 결제액의 0.04%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카드사들은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약 3년 반 동안 국제카드사에 총 4944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로열티는 국내외겸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드는 비용과 유지수수료, 국제카드사의 해외결제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국내외 사용분담금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국내 결제 때 나간 수수료가 전체의 75%에 달한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해 발생한 수수료는 전체의 약 11%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국내에서 국제겸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국내사가 받는 리베이트도 부담

국제브랜드카드는 국내 전용카드보다 연회비가 3000~5000원가량 비싸다. 국내 사용 수수료가 붙는 데다 국제카드사와 국내카드사 간의 영업관행 탓이다. 국내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연간 수백억원씩을 국제카드 브랜드에서 지급받고 있다.

작년에만 국내카드사들이 국제카드 브랜드에서 지급받은 리베이트는 약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국정감사 때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비자나 마스타카드에서 152억340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롯데카드도 78억3200만원, KB국민카드 51억9200만원, 외환카드도 33억8900만원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카드 모집인들은 우선적으로 국제겸용카드 발급을 권유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국내전용카드를 썼을 때보다 국제카드를 쓰면서 더 내는 연회비를 국제카드 브랜드와 국내카드사가 나눠 먹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카드 브랜드에서 매년 국내카드사 임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각종 접대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겸용카드를 발급할 때 드는 연회비가 모두 발급비용인지 원가를 따져볼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이용 수수료도 결제액에 연동되는 것이 아닌 정액 등의 다른 방식으로 계약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카드사들이 발급하고 있는 연회비 없는 국제겸용카드 이용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최근 비씨카드와 신한카드 등 국내카드사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국제브랜드 로고가 찍힌 카드 발급이 줄어들고 있다. 2008년 전체 카드 발급 수에서 76.2%를 차지했던 국제겸용카드는 지난 6월 말 63.2%까지 줄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