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에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쳐줄 뿐만 아니라 환위험 헤지(회피) 과정에서 추가 수익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나타난 달러화와 위안화 간 수급 변화가 국내 금융회사들에 유리한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예금 금리보다 높고 환 헤지 과정서 +α수익…기관, 위안화 정기예금에 꽂혔다

◆연 수익률 3.5% 넘어

2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지난주에만 두 건, 약 2300억원의 위안화 정기예금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만들어 팔았다. 기관투자가로부터 원화를 받아 위안화로 환전(스와프)한 뒤 중국 은행 국내 지점에 1년간 예치하는 상품이다. 만기 땐 미리 정해둔 환율에 따라 원화로 수익금을 돌려받는다.

NH농협증권 주관으로 서류상 회사인 ‘시티오브드림제오차’가 지난 22일 1246억원어치, 유진투자증권 주관으로 ‘골드파워제오차’가 23일 1038억원어치 ABCP를 발행했다. 예금은행은 모두 중국은행(Bank of China) 국내 지점으로 1년 만기에 연 3.2~3.4% 수준의 예금이자를 준다.

흥미로운 점은 ABCP 금리가 수익의 원천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두 회사가 발행한 ABCP 금리(할인율)는 각각 연 3.57%와 연 3.5%에 이른다.

관련 스와프 거래를 중개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만기 시점에 위안화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 적용하는 환율(선물환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며 “최근 원화-달러화, 달러화-위안화 2중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결과 0.5%포인트 이상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원·위안 스와프 관련 이익(프리미엄)은 국내 달러 자금이 풍부하고, 위안화 금리가 달러화 대비 상승할 때 커진다. 한 증권사 FICC(금리·외환·파생상품) 본부장은 “위안화 스와프 시 얻는 ‘프리미엄’이 줄곧 마이너스를 나타내다가 최근 플러스로 올라왔다”며 “중국 은행들의 단기금리가 많이 오른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금리하락이 ‘촉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 관련 이익을 차치하더라도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하락한 상황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정기예금의 매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신탁팀장은 “과거엔 국내 금리가 더 높아 외환 차익이 발생하더라도 굳이 중국 은행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며 “고수익을 제공해 수신을 늘리려는 국내 지점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져 위안화 정기예금의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개인과 기업)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9월 말 현재 8억8000만달러로 한 달 사이에 5억7000만달러(183%)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에 법인들의 정기예금 가입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 기관은 ABCP 같은 상품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예금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ABCP를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정기예금 이자 중 일부(보통 0.2%포인트 이하)를 수수료로 챙긴다. 기관투자가 관점에선 직접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게 금리 측면에서 다소 유리하지만 중도환매가 가능한 ABCP를 선호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