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연구실 앞에서 서로 다른 판이 충돌해 지진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연구실 앞에서 서로 다른 판이 충돌해 지진이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 왔다. 공식 기록에 의하면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고 해봐야 1980년 북한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일어난 규모 5.3의 지진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서해 백령도와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작은 지진이 43차례나 발생하면서 큰 지진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국이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것은 1978년 이후로 불과 3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공식 관측 기록만 갖고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결론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 규모 7 지진 대비해야

실제로 러시아나 일본의 관측 결과를 보면 6·25전쟁 중이던 1952년 3월 평양 서쪽에 규모 6.3~6.5의 강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더 나아가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을 보면 규모 7 정도의 지진이 조선시대에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옛 문헌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지진 재해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진 재해도란 과거 지진 발생 기록을 토대로 미래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예상 규모를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근대식 지진계가 개발돼 보급된 것이 1900년 무렵이다 보니 세계적으로도 지진 관측 역사는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홍 교수는 공식 기록 외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지진 재해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지역 퇴적층을 조사해 오래전에 규모 9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결과가 이미 존재한다”며 “하지만 일본이 지진 재해도를 만들면서 1900년 초반 이후의 공식 기록에만 의존한 탓에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과거 기록을 볼 때 한국에서 지진 발생이 잦았던 지역은 동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내륙에선 속리산 일대다. 특히 경북 울진 앞바다는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틈이 있어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지진 발생이 잦아진 서해에 대해선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가 2~5㎝ 동쪽으로 끌려가면서 불안정한 힘이 쌓인 탓일 수 있다”면서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인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2004년부터 초대형 지진 늘어나

요즘 들어 지진 관련 뉴스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홍 교수는 세계가 2004년부터 규모 8.6 이상의 초대형 지진 집중 기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00년 이후 규모 8.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총 15번. 이런 초대형 지진은 1950~1960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규모 8.7)을 기점으로 다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칠레 대지진(8.8), 2011년 동일본 대지진(9.0) 등 2004년 이후 8.6 이상의 대지진이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며 “보통 20년 동안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 10년은 계속해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도쿄 앞바다에서 규슈에 이르는 난카이 해구는 예전부터 규모 8대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던 곳이란 설명이다. 그는 “이곳은 150년 주기로 강진이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150년이 지나 언제든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이후 마그마 활동이 증가하면서 폭발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백두산은 다시 잠잠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북한 핵실험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7월 백두산을 갔다 왔는데 다행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마그마방에 가해진 영향은 없었다”며 “대신 백두산에서 100㎞ 떨어진 곳에서 이뤄지는 핵실험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 규모는 2006년 4.2, 2009년은 4.7이다. 하지만 북한이 더 큰 규모로 핵실험을 진행해 규모가 6에 이른다면 백두산의 마그마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구권에서 이뤄진 핵실험에선 단일 핵탄두로 규모 7에 이르는 지진파를 발생시킨 사례가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