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문 포스코 광양제철소 공장장(오른쪽)과 이상호 제선부장이 1고로의 재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손용문 포스코 광양제철소 공장장(오른쪽)과 이상호 제선부장이 1고로의 재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제1고로(용광로)에 들어서자 방열복 안까지 강한 열기가 스며들어왔다. 섭씨 1500도의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이 고로는 108일간의 개보수 공사를 거쳐 세계 최대 규모의 고로로 재탄생했다. 지난 6월7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개보수한 고로가 재가동되기까지 보통 한 달이 걸리지만, 광양 1고로는 단 4일 만에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단기간에 정상 조업에 나선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광양 1고로는 1987년 4월 고로 안의 부피를 뜻하는 내용적 3800㎥ 규모로 준공됐다. 2002년 개보수해 3950㎥로 용량이 커졌고, 이번에 다시 6000㎥ 크기로 재탄생했다. 기존 최대였던 중국 사강그룹의 1고로(5800㎥)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로가 됐다.

포스코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과 협력했다. 개보수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고로 용적당 쇳물 생산 비율인 출선비를 2.5까지 끌어올렸다. 하루에 고로 1㎥당 2.5의 쇳물을 양산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보다 25%(0.5) 늘어난 수치다. 포스코는 덕분에 연간 1000억원의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호 광양제철소 제선부장은 “사강 1고로에선 쇳물 1을 생산하기 위해 345㎏의 석탄을 투입해야 하지만 광양 1고로는 290㎏만 넣으면 된다”며 “규모는 물론 효율 측면에서도 전 세계 1위”라고 설명했다. 또 고로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을 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제거할 수 있는 건식 집진기를 도입해 연간 13억원의 에너지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개보수를 통해 늘어난 220만의 쇳물을 고철(철스크랩)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공급 과잉인 시기에 개보수로 생산량을 늘리면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공정 과정에서 투입되는 연간 40만의 고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용문 광양제철소 1제선공장장은 “개보수로 늘어난 쇳물을 고철 대신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 철강제품 생산량은 변동이 없다”며 “향후 철강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매년 1300억여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보수에 투자한 4000억원가량을 3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양=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