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처 총출동한 '대통령 기사 해명'
지난 주말 정부 부처들은 트위터하기에 바빴다. 해당 부처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 해명에 나서느라 그런 것이었다.

시작은 한 인터넷 매체가 지난 금요일(12일) ‘박근혜 대통령, 위안부 할머니 만남 외면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박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보도였다.

토요일 오후 1시부터 부처 공식 트위터 계정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부처인 여가부(공식 트위터 계정 @mogef)는 “조 장관이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에 대해 박 대통령께 보고한 적 자체가 없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뒤이어 이 문제와 상관없는 부처들까지 가세했다. 국토교통부(@Korea_Land) 방송통신위원회(@withkcc) 법무부(@happymoj) 소방방재청(@Nema_SafeKorea) 산업통상자원부(@with_dabansa) 교육부(@our_moe) 환경부(@mevpr) 등이 잇따라 해명 글을 올렸다.

정작 청와대(@bluehousekorea)는 관련 보도에 이렇다 할 해명 없이 조용했던 반면 소관도 아닌 행정 부처들이 해명에 나선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민원인이 전화하거나 찾아가도 자신의 소관이 아니면 다른 데로 전화를 돌리거나, 모른다고 하기 일쑤인 공무원들이 이례적으로 주말에 바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송석준 국토부 대변인과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트윗을 올린 줄도 몰랐다”며 “청와대 지시가 온 것은 내가 알기론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정부 부처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해명 글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누군가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 방중 때도 트위터 계정에서 현지 방문 소식을 실황 중계하다가 “법무부가 청와대 홍보실이냐”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송 대변인은 “정부의 중요 과제인 부처 간 칸막이 해소 차원일 수도 있다”고 했다. 부처들이 자기 소관도 아닌 일에 적극 나선 게 부처 간 칸막이 해소 차원이란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를 왜 청와대 홍보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