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중소기업청장(가운데)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김광호 아이봉 대표(왼쪽)로부터 아이디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가운데)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김광호 아이봉 대표(왼쪽)로부터 아이디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신모씨는 지난 1월 신제품 아이디어 공모 사이트인 아이디어오디션(www.ideaaudition.com)에 뷔페식당용 식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올렸다. 국그릇과 음식 접시를 따로 들어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해 국그릇을 음식 접시에 끼우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국그릇에 홈을 파야 하기 때문에 제작하기 힘들고 이용하기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채택이 안됐다.

그러자 이 사이트의 다른 회원이 “접시에 구멍을 파서 국그릇을 끼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사이트 운영회사인 아이봉(대표 김광호)은 여기에 디자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결합해 지난 3월 말 음식 접시 모서리에 홈을 내 국그릇을 끼울 수 있는 ‘곰발접시’를 출시했다. 출시 후 반응이 좋았다. 최근 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가 이 제품을 보고 5만개를 주문해왔다. 총 5억원어치다. 김광호 아이봉 대표는 “생활 속 아이디어가 상품화돼 성공한 사례”라며 “첫 아이디어 제공자와 이를 보완한 회원에게 각각 매출의 2.5%(1250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이 곰발접시 사례처럼 국민들로부터 사업 및 상품 아이디어를 접수해 이를 사업화하는 ‘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를 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자본과 창업 준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적으로 사업화·창업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취지”라며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아이디어만 내고 사업 진행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제품이 판매되면 수익금(매출의 약 5~15%)은 아이디어 제공자와 사업기획사, 아이디어 평가단이 3분의 1씩 나눠 갖게 된다.

두 번째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직접 창업에 나서는 길이다. 이 경우 네티즌과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정부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해준다. 올해 총 2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으며, 30~50명 정도가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아이디어만 내고 배당을 받을지, 아니면 직접 창업과정을 진행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 진행을 위해 크게 △국민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플랫폼 구축 △아이디어 사업화에 필요한 네트워크 확대 △아이디어 보호 장치 마련 등 세 가지를 준비했다.

아이디어 접수 및 평가, 사업화는 민간 기획사인 아이봉(www.ideaaudition.com)에 맡기기로 했다. 아이봉은 지난해 12월 사이트를 개설한 뒤 네티즌의 아이디어를 받아 곰발접시와 휴대폰 케이스, 명함홀더 등 6개의 신개념 제품을 출시했다. 김성섭 중기청 창업진흥과장은 “앞으로 하루 한 개의 국민 아이디어를 사업화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도 확대된다. 아이봉은 온라인으로 접수된 아이디어를 △1차 평가(2000명 네티즌) △2차 평가(200명의 변리사 및 디자이너, 마케팅전문가 등)를 거쳐 제품화하고 있다. 제품화 단계에선 디자인과 마케팅, 제품 제작 분야에서 총 49개의 업체가 협력하고 있다.

중기청은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 아이디어 신청 단계부터 공개·비공개로 구분하되, 공개된 아이디어 중 전문가 평가를 통과한 우수 아이디어는 지식재산권을 출원해 보호할 방침이다.

한 청장은 “벤처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채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