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이승종 이사장 "실패한 연구도 중요 데이터…도전적 R&D 늘릴 것"
“과학기술 분야는 창업 기회가 넘치는 곳입니다. 학생들에게 창업을 통해 행복한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줘야 합니다.”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62·사진)은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한국경제신문과 공동 진행한 스트롱코리아 시즌3 캠페인을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이공계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집행과 인재 육성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예산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올해는 한경과 손잡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인데 이를 이끄는 것이 과학기술”이라며 “대기업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통해 행복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학생들에게 젊음을 바칠 만한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이 가능하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스트롱코리아 2020 보고서가 대학 내 ‘창업트랙’ 신설을 제안한 것에도 주목했다. 그는 “학위 중심의 교육이 뿌리 내린 대학에서 논문이 아닌 창업을 가르치기 위해 별도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보고서에서 제안한 창업트랙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재단은 올해 정부의 창조경제 목표에 맞춰 R&D 성과를 상품화해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도 강화할 예정이다. 우선 연구성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통 3년 단위로 진행되는 대학 교수 등의 개인 연구가 끝나면 3~4쪽으로 요약한 정보를 받는다. 재단에서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관련 기업들에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관련 업무를 맡을 성과확산실도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전국에서 8000~9000명의 연구자가 진행하는 기초연구 가운데 기업들이 활용할 정보가 많았는데도 마땅히 공유할 시스템이 없었다”며 “화학, 전자 등 산업별로 필요한 정보를 모아 기업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R&D를 늘리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국의 정부 R&D 과제 성공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90% 수준이지만 도전적인 시도가 적다는 방증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재단은 연구에 실패해도 관련 연구자들이 성실히 노력한 게 확인되면 페널티를 주지 않는 ‘성실실패 용인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제도는 ‘모험 연구’와 일부 대형 국책과제에 적용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실패 과정을 자료로 만들어 공유하면 다른 연구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며 “‘성실 실패’ 도입이 확대되면 도전적인 연구과제 기획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국민들로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연구과제 제안도 받았다”며 “층간 소음, 질병 등 국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과제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제 공동 연구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국격과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들로부터 공동 연구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제조업의 주도권을 찾아올 연구과제에 대해 국가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이 분야에서도 한국과 공동 연구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74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고, 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서울대 연구부총장을 거쳐 작년 1월부터 연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