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즈와일 "열정 쏟을 일 부딪쳐 봐야 기업가정신 생겨"
“무엇이든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겪으며 배우는 것(learn by doing)’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생들이 직접 사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 코스를 개설해야 합니다.”

레이먼드 커즈와일 구글 이사(65·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책에서 얻는 지식도 기초를 닦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에 직접 뛰어들어 봐야 기업가정신이 길러진다”며 “나도 맹인을 위한 문자판독기를 만들었을 때 ‘맹인을 돕자’는 열정을 바탕으로 직접 실행에 옮겼지, 책을 읽다가 ‘이 공식을 활용해 봐야지’ 하고 발명에 나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월드 IT쇼와 함께 열린 ‘2013 미래창조과학 국제콘퍼런스’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지난 20일 방한했다.

커즈와일 이사는 포브스로부터 ‘궁극의 사고 기계(the ultimate thinking machine)’, 월스트리트저널(WSJ)로부터 ‘쉴 줄 모르는 천재’로 극찬을 받은 세계적 미래학자다. 맹인을 위해 문자를 읽어주는 문자판독기, 음을 합성하는 ‘커즈와일 신시사이저’를 발명했으며 전자악기 회사인 커즈와일 뮤직 시스템즈, 싱귤래리티대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싱귤래리티대는 구글 본사와 고작 1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주 강연에 나서는 등 학교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이곳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팀을 조직해 직접 사업을 꾸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과 컴퓨터공학 분야를 융합한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인 그는 지난해부터 구글에서 AI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커즈와일 이사는 “지난해 쓴 뇌공학 책 ‘어떻게 마음을 창조하는가(How To Create A Mind)’를 읽은 래리 페이지가 책에 나오는 대뇌의 신피질 연구를 직접 AI에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며 구글 합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 분야 연구가 발전하면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수술 없이 연결해 방대한 세계의 정보를 뇌가 ‘클라우드’처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가 예전에는 1, 2, 3… 과 같이 선형적으로 발전했다면 이제는 2, 4, 8… 과 같이 모든 분야에서 기하급수적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구글이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양자컴퓨터 연구에 나섰지만 굳이 양자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기존 컴퓨터만으로도 미래는 엄청나게 빨리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커즈와일 이사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분야 선두 국가일뿐더러 기술 친화적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고, 그래서 한국에 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커즈와일 이사가 만든 세계적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은 1990년 국내 영창뮤직이 인수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서창환 영창뮤직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만났다”며 “커즈와일 기술의 장기적 전략을 공유해 세계적 브랜드로 유지시켜주는 데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