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벤처창업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육성 △골목상권 보호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눈에 띄는 안건은 중소기업 범위 조정, 중견기업 4000개 육성, 이스라엘식 창업·보육시스템 도입, 전통시장에 정부비축물자 할인공급 등 네 가지다.

○중견기업 4000개 육성

한정화 중기청장(사진)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견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난해 말 기준 1422개인 중견기업 숫자를 2017년까지 400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지식경제부가 같은 기간까지 3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보다 1000개를 더 늘려 잡은 것이다. 한 청장은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고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이를 위해 오는 7월까지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을 중개하는 M&A중개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됐을 때 규제는 190개 늘고 지원은 47개가 끊겨 중소기업 졸업을 꺼린다는 현실을 감안,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중기 혜택 유지기간을 10년 정도로 더 늘리기로 했다.

또 하도급거래 보호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 대기업과의 거래 때 발생하는 불이익을 줄여주고 가업상속 세제감면 대상을 중견기업으로까지 넓혀 세제 혜택도 늘려주기로 했다. 한 청장은 “중견기업이 1422개에서 4000개로 증가하면 좋은 일자리도 80만개에서 240만개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아울러 중소기업 범위도 재조정해 중견기업 육성방안과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순철 중기청 차장은 “중소기업 범위는 2001년 조정 이후 12년간 손질이 안 됐다”며 “업종별로 중소기업 범위를 현실화, 세분화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가지 방안은 중기청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일관된 정책선상에서 관리하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견기업 4000개 육성처럼 너무 장밋빛 목표를 향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활성화

중기청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게 ‘크라우드 펀딩제’ 도입이다. 일반 국민들도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주기 위해 하반기 중 창업지원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영화, 뮤지컬 등 문화 및 지식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일부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제를 도입할 경우 투자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반 국민들의 자금을 창업기업에 투자할 때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은 벤처캐피털이 기업에 창업과 운용자금을 투자하면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매칭 형태로 연계 지원하는 ‘이스라엘식 벤처투자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김형영 벤처정책과장은 “예컨대 벤처캐피털이 1억5000만원의 운영자금을 투자하면 정부는 8억5000만원의 R&D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전통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30개 전통시장에 냉동 고등어, 조기, 배추 등 7개 품목의 정부비축물자를 도매가보다 8~46% 싼 가격에 상시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보고했다.

○문제는 재원

중기청은 이 밖에도 청년창업펀드(300억원·이하 올해 기준), 엔젤투자 매칭펀드(550억원), 실패 중기인을 위한 재창업자금(400억원), 벤처투자 회수전용펀드(1300억원), 중견기업 육성펀드(500억원), 월드클래스 300기업 육성자금(550억원) 등 다양한 예산사업을 내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중기 관련 각종 예산사업을 합하면 5년 동안 총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며 “의도는 좋지만 예산이 뒷받침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중기청·특허청 합동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증요법 수준의 처방으로는 (경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 경제를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발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상승하는 쌍끌이 경제구조로 과감하게 체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도병욱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