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할수록 창업의 열망은 커진다.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도 벤처기업 지원 등을 통한 ‘제2 창업혁명’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법인은 7만4162개. 처음으로 7만개를 넘어섰다. 창업 지망생이 늘면서 그럴듯한 조언도 쏟아진다.

그런데도 막상 창업한 사람들의 성공률은 낮다. 국내에서 창업 후 10년을 버티는 기업은 30% 남짓. 미국에서도 창업 기업의 25%는 1년 내에 사라지고 5년 후에는 45%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의 노암 와서먼 교수는 《창업자의 딜레마》에서 그 원인을 시장 상황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찾는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전쟁이라면 사상자는 대부분 아군의 포격이나 스스로 자초한 부상에 따른 결과”라는 것. 창업자와 신생 기업을 괴롭히는 것은 창업 전부터 성장하기까지 도처에서 불거지는 바로 ‘사람’의 문제이며 이 딜레마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창업자와 신생 기업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조사하기 위해 2000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한 3607개 기업의 창업자 9900명을 직접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기술과 생명과학 분야의 신생 기업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구축한 DB와 40건에 가까운 사례연구를 통해 창업자가 처하는 딜레마를 8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창업 전에는 어느 시기에 창업할지 ‘경력 딜레마’를 겪는다. 창업을 결심한 뒤에도 딜레마는 꼬리를 문다. 혼자 시작할지 공동 창업자를 찾아야 할지의 ‘1인창업 대 공동창업 딜레마’, 공동 창업자로 누구를 끌어들일지의 ‘관계 딜레마’, 창업 팀원의 역할 분담에 관한 ‘역할 딜레마’, 지분을 비롯한 경제적 보상에 대한 ‘보상 딜레마’,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팀의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해 외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때 나타나는 ‘채용 딜레마’와 ‘투자자 딜레마’, 기업의 발전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경우 생기는 ‘CEO의 직위승계 딜레마’까지.

저자는 방대한 자료 분석과 사례 연구를 통해 창업자들에게 딜레마 대처법을 제시한다. 우선 창업자의 열정은 새 기업 설립에 필수적이지만 자칫 열정이 편향적으로 작용하면 자신을 겨눈 화살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령 창업 전망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낙관을 바탕으로 가족과 친구를 직원이나 투자자로 끌어들이면 인간관계와 기업 모두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창업 시기에 대해 저자는 “성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지위가 올라 고액 연봉을 받는 ‘황금수갑’을 차게 되면 창업 의지가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창업할 사람으로는 과거 직장동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분석한다. 서로 장단점을 잘 알고 적당한 위계질서가 있으며 목표를 향한 열정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는 동업 대상자에서 빼는 게 좋다. 그들과는 좌천시키거나 해고하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어려워서다.

창업 초기의 지분 분배도 중요하다. 저자는 각 구성원의 과거 기여도와 예상 기여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불공정해 보이지 않도록 각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창업자들의 딜레마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투자 유치와 관련된 것이다. 인력이든 정보든 돈이든 외부 자원을 끌어들일 경우 지분이나 자리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창업자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나는 경우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과 창업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런 딜레마를 설명한다. 판도라의 창업자 팀 웨스터그렌, 통신업체 GTE에서 25년 동안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메이저지를 창립한 배리 널스, 스마스틱스의 창업자 비베크 쿨러, 트위터의 CEO이자 PR회사 피드너버의 창업자였던 딕 코스톨로 등이 겪은 딜레마와 대처 과정이 책 전반에 걸쳐 상세하게 나와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