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자마자 ‘서민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현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억눌려온 식품가격 인상이 임기말을 틈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두부, 콩나물, 소주, 밀가루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우유와 수입 소고기도 내년엔 더욱 비싸질 전망이다.

◆참이슬,마트서 100원씩 오른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참이슬’과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를 22일부터 병당 888.9원에서 961.7원으로 8.19%(72.8원) 인상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참이슬 한 병 값은 1000~1200원에서 1100~1300원으로 100원씩 오를 전망이다. 대중음식점에서 파는 소주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비싸질 전망이다.

소주는 주 원료인 주정(酒精) 가격이 지난 7월 5.6% 오른 이후 가격 인상설이 꾸준히 나왔었다. 다만 국세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맥주와 양주는 인상하되, 소주는 묶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었다. 소주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2위 롯데주류와 지방 소주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도 이날 두부와 콩나물의 대형마트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풀무원은 이달 초 평균 10%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상FNF도 두부와 콩나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올여름 연이은 태풍으로 국산 콩 작황이 나빴고, 이로 인해 업체들의 콩 수매가도 20~30%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두부·콩나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 측 제지로 반나절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CJ제일제당도 대기업 계열의 국내 최대 식품업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들 품목 가격을 2년간 동결해 왔다.

◆밀가루 인상… 빵·라면 ‘도미노’

식품·외식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밀가루 가격도 전격 인상됐다. 동아원은 21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올리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업소용 20㎏ 제품 기준으로 중력 1등급이 1만6600원에서 1만8150원, 박력 1등급은 1만5850원에서 1만7330원으로 9.3%씩 오른다. 제빵용으로 많이 쓰는 강력 1등급은 1만8250원에서 1만9390원으로 6.2% 인상된다.

제분업체들은 국제 원맥값이 30% 이상 폭등한 지난 7월 구매한 원맥을 지난달부터 밀가루 생산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밀가루 제조원가에서 원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수준이다. 동아원에 이어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도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빵, 과자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업체를 비롯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라면회사와 롯데제과, 크라운해태제과, 오리온 등 제과회사가 내년 초부터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릴 것으로 업계에선 점치고 있다.

◆우유·소고기 값도 오를듯

국제 곡물·사료값 급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우유와 수입 소고기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최근 “곡물값 상승의 영향으로 사료 가격도 올라 내년엔 미국산 소고기 수출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육류 수출국 모두에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 파동’이 잠잠해진 이후 수입물량이 지속적으로 상승,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까지 높아졌다.

사료값 급등으로 낙농가들이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낙농가와 우유업계의 원유값 인상 협상은 작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원유값이 오르면 흰우유를 포함한 각종 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베이커리와 커피전문점 등이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막 끝난 지금이 가격을 올릴 유일한 기회라고 업체들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현우/최만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