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기 화가 필립 파스쿠아(47)가 이달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 강남점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파스쿠아는 사람의 얼굴과 신체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유럽 현대미술 대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치안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그는 대학에서 정규 미술 수업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개척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무렵 우연히 길을 가다 한 화실에 걸린 베이컨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자유로운 붓질로 소외계층의 얼굴을 그린 유화 드로잉을 포함해 20여점을 걸었다. 출품작들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듯, 큰 캔버스 앞에서 물감이나 연필로 손 가는 대로 흐름을 즐긴 것처럼 보인다.

그는 “숨김없이 육체를 파고들고 그것을 넘어서며 결국은 자유를 그려낸다”고 말했다. “성전환자, 창녀, 장애인 등 소외된 인물들이 제 작업의 대상입니다.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강력한 시각적 충격을 주고 싶어요.”

그는 “외과수술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에너지, 유머의 순환을 통해 인간과 세상의 기이함을 화면에 응축해낸다”고 설명했다.

“얼굴은 다소 식상한 소재로 비칠 수 있지만 예술가의 눈으로 보편적인 인간성을 찾고 싶었죠. 그들이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 번 사용한 붓을 다시 쓰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제 작업실에는 사용하고 난 붓이 수백개나 쌓여 있는데 하나의 누보레알리즘(신사실주의) 작품 같은 전시장이 됐죠. 붓을 빠는 용제 냄새가 너무 싫어 다시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일 뿐입니다.” (02)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