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결과를 알고 싶다면 선거 1~2주 전에 코스피지수를 보면 됩니다. 코스피지수가 올라가면 여당이 이기고, 떨어지면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의 예측보다 대중이 만드는 ‘소셜무드(social mood·사회 전체적 분위기)’가 곧 다가올 미래를 반영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던 《대중의 직관》(민음사)의 저자 존 캐스티 박사(69)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미국의 경우엔 이 기준이 틀린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주최 ‘X-events(극단적 사건):한국적 맥락에서의 정책 함의’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는 “엑스 이벤트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소셜무드, 즉 해당 사회가 가진 믿음에 좌우된다”며 소셜무드의 대표적 가늠자로 주식시장을 꼽았다. 주식시장은 예측에 실패한 투자자에게서 자산을 빼앗는 가혹한 벌칙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각자 책임지고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사회분위기의 장단기 흐름을 분석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엑스 이벤트는 발생 여부는 모르지만 일단 발생하기만 하면 사회 체제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는 사건을 말한다.

캐스티 박사는 엑스 이벤트가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회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전체 사회 구조가 재조합되면서 낡은 질서가 씻겨내려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며 “아직까지는 일본인들이 충격에 빠져 있지만 10년 이상 흐른 뒤에는 이 사고를 재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반전의 계기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기업과 제품의 토대를 이루는 혁신과 창조를 일궈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스티 박사는 노키아란 기업이 이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타이어와 자전거를 주력으로 하던 노키아가 세계적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GSM(유럽식 이동통신 기술)의 유럽 표준 채택이란 엑스 이벤트 덕분이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라는 엑스 이벤트에 적응하지 못해 추락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

한국에 나타날 수 있는 엑스 이벤트를 묻는 질문에는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예기치 않게 정전이 발생하거나 인터넷이 끊기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학자 출신인 캐스티 박사는 오스트리아 빈 소재 응용시스템분석을 위한 국제연구소(IIASA) 연구원 등을 지냈으며 2005년 미래탐구 학회인 케노스서클(Kenos Circle)을 설립해 복잡성 과학을 적용한 미래 예측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