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한강에서 시작된 녹조가 물길을 타고 한강까지 확산되면서 서울 지역 수돗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북한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팔당호를 넘어 잠실대교 수중보까지 확산됐다”며 “다음주께 조류주의보가 발령될 것”이라고 6일 발표했다. 이날 현재 조류는 강물을 타고 하류로 이동해 사실상 서울시를 가로지르는 한강 전역으로 퍼진 상태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藻類)가 지난달 말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과다 번식하면서 녹조가 확산됐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1일 강북·암사·구의·자양·풍납 등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취수원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암사·구의·풍납 등 세 곳이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초과했다. 조류주의보는 2주 연속 클로로필-a 농도가 15㎎/㎥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 수가 ㎖당 500개 이상으로 측정될 때 발령된다.

신상철 서울시 도시안전과장은 “한강 취수원까지 녹조가 확산되면서 오는 8일 측정치도 비가 많이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한 기준치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주에 한강에서 조류주의보가 발령되면 2008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녹조가 처음 발생한 북한강 일대는 지난달 27일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수돗물에 악취를 일으키는 물질인 지오스민(geosmin)도 한강 5곳 취수장에서 다량 검출됐다. 지난 1일 측정한 5개 취수원의 지오스민 농도는 33.3~41.6ppt를 기록, 먹는물 수질감시항목 기준인 20ppt를 모두 넘었다.

정수처리 과정을 거쳐 서울시내에 공급되는 먹는물은 모두 지오스민 농도가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수돗물 냄새 민원도 아직까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오스민은 녹조현상의 원인물질인 남조류 ‘아나베나’가 내뿜는 물질로 인체에 별다른 해를 주지 않는다. 물을 3분 정도 끓이면 공기 중으로 날아가 악취도 사라진다는 게 환경부와 서울시의 설명이다. 다만 시는 앞으로도 분말활성탄을 주입해 냄새를 없애는 등 정수처리를 강화하고, 녹조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주변 오염원에 대해서도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낙동강과 충북 대청호에서도 녹조현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녹조발생 지역도 대구와 구미 등으로 번지고 있다.

강경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