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도 잘 알아요! 적응반이 없어지면 소쿤, 비르지니, 제라르가 동사변화랑 덧셈 뺄셈을 못 배울 거예요. 그러면 그 애들은 영영 글도 못 읽고, 나중에는 지하철 벤치에서 잠을 자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학교에서 정치를 해요》(밝은미래)의 주인공인 빅토르 위고 초등학교 5학년생 막심의 말이다. 이 책은 언뜻 ‘불온’해 보이는 제목이지만 밝고 경쾌한 아동용 도서다. 정치가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내 삶과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되는 ‘가깝고 사소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인 프랑스 아동 작가 브리지트 스미자는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막심은 어느날 정규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적응반’을 없앤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회를 결성해 반대 운동을 벌인다. 처음엔 뭐가 문제인지 잘 몰랐지만, 곧 자신과 친구들의 문제라는 걸 깨닫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이 소식을 듣고 ‘애들이 뭘 아느냐’며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막심과 친구들은 대통령에게 편지도 쓰고 현수막도 만든다. 결국 교장선생님도 활동을 허락하고, 이 정책은 1년간 유보된다.

초등학생들의 ‘정치 활동’이라는 무겁고 진지해 보이는 주제를 어린이 시점에서 경쾌하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타협하는 공동체 생활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어른과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워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