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면 임금 낮춰야" vs "소득 감소는 안돼"
토론회에서는 근로시간 감축과 생산성 향상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득감소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현대차 근로시간 감축 관련 노사협의의 핵심은 생산량과 임금 보전”이라며 “생산성 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임금 보전은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노조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이 줄면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이 11.5%, 근로시간 감소분의 50%를 생산성 증가로 보전하면 5.7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도 “근로자의 소득감소와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국내공장의 생산성은 해외공장 생산성보다 뒤처진다는데 만약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근로시간만 길다고 하면 근로시간 단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생산현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 고용을 하는 건 환자에게 극약을 처방하는 격”이라며 “노동시간의 질도 병행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동차 생산 1대당 노동비용이 상승해 기업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독일 폭스바겐의 기세가 강해지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권토중래를 꾀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기업경쟁력 하락은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업체가 황금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팽팽히 주장이 맞섰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폭스바겐은 임금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해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했으나 우리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고용 창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 사무처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장시간 근로를 시킬 목적으로 시간외 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총액을 포괄하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는데 이 같은 약정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단기적으로 임금감소가 발생할 수 있으나 생산성 제고 및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을 보전한 사례가 많다”며 사실상 임금 보전을 위한 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정책관은 또 “장시간 근로 개선으로 건강이 증진되고 능력개발 기회가 확대되는 등 유·무형의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하면 편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