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개미의 운명?…코스피 2023 '하이킥' 에도 주식 팔고 구경만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다. 17일 3029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개인은 올 들어 33거래일 중 23일을 순매도하고 있다. 누적 순매도 규모만 6조9464억원에 달한다. 개인이 등을 돌린 사이 증시는 2000선을 돌파해 전 고점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30%(26.02포인트) 오른 2023.47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2031.40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2624억원어치를 사들여 누적 순매수는 9조3950억원으로 불어났다. 개인들의 환매 요구 등으로 최근 랠리에서 소외되기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날까지 기관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3812억원이다.

◆외국인과 개인 수익률 ‘극과 극’

대부분 증권사의 전망과 달리 연초 증시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 효과 등으로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자금이 몰려든 덕분이다.

외국인 복귀에 반신반의했던 개인은 이번 상승장을 차익 실현 및 현금 확보의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장세가 길어지면서 외국인과 개인 간 수익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집중 매도한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상승장에서 개인이 철저히 소외됐던 전철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모비스 제일모직 KT 만도 한국항공우주 등이다. 개인이 640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현대모비스는 상승장에서 역주행, 올 들어 4.11% 하락했다. 한국항공우주가 19.97% 급락한 것을 비롯해 제일모직 KT 만도 등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의 수익률은 처참할 정도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0.24% 올랐다.

이에 반해 개인들이 팔아치운 외국인 순매수 종목은 대부분 ‘승승장구’하고 있다. 외국인이 1조1233억원어치를 사들인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11.15% 오른 것을 비롯해 하이닉스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대부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 매도 행진 계속되나

올 들어 개인의 증시 이탈은 해외 변수에 크게 데인 과거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형 펀드 가입 열기가 뜨거웠던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지난해 자문형 랩 열풍 땐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큰 손실을 겪으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태도가 급랭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기관이 1조3000억원어치를 누적 순매도하면서 수급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개인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 요구 때문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유동성 보강정책 등으로 강세장이 길어지면 외국인과 개인 간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개인이 ‘상투’를 잡는 악순환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말께 ECB의 6000억유로 LTRO 시행과 중국의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 등으로 2009년에 버금가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