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체체파리 때문에 생겨난 얼룩말의 줄무늬
얼룩말에 줄무늬가 있는 까닭은? 저 멀리서 먹잇감을 찾는 사자의 눈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독일의 유명 진화생물학자인 요제프 라이히홀프는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이랑, 1만5000원)에서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체체파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수면병을 옮기는 체체파리는 말, 소 등 다른 동물에게 트리파노소마란 병원체를 옮겨 치사율이 높은 나가나병에 걸리게 한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은 대개 나가나병에 면역돼 있지만 얼룩말은 그렇지 못하다. 얼룩말로서는 체체파리가 몸에 붙어 피를 빨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줄무늬가 체체파리의 시각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책에는 이 밖에도 왜 우리는 꽃을 좋아하는가, 동물에게도 종교성은 있는가, 왜 자연은 사랑을 만들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 다음 과학적 사실과 인문학적 성찰을 덧붙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