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GM 한국 생산물량 줄이면 거부권"
산업은행은 미국 GM이 자회사인 한국GM의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일부를 유럽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 “안건이 올라온다면 비토권을 행사해 막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 14일자 A1, 11면 참조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 관계자는 15일 “산은과 GM이 2010년 12월 합의한 한국GM의 중장기 발전전략에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15%로 합의한 바 있다”며 “GM이 물량 이전과 관련된 특별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한다면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GM은 2010년 10월 한국GM의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산은의 한국GM 지분율은 28%에서 17.02%로 줄었다. 산은은 소수주주권을 보장받기 위해 기존 25%였던 비토권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고,양측은 정관을 변경해 15%로 합의했다.

산은 관계자는 “당시 한국GM의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중 삼중의 조치들을 취해 놓은 만큼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산은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지난 13일 GM과 독일 금속노조가 누적 적자로 파산 직전에 몰린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을 살리기 위해 한국GM의 생산 물량을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의 생산(연간 26만대)을 각각 폴란드 글리체베 공장과 독일 보쿰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은은 이와 관련, 2010년 12월 합의에는 한국GM의 장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있는 만큼 생산물량 이전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이 연간 4000억~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올해부터 2017년까지 도래하는 우선주 원금과 배당금 상환을 GM이 대신 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GM이 한국GM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물량 이전에 섣불리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GM은 2002년 당시 GM대우를 인수하면서 산은 등 채권금융회사와 상거래채권자들에게 우선주를 부여했다. 우선주 상환은 2012~2017년에 만기가 도래하며 그 규모는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이 보유한 우선주는 1조원 정도다.

자동차 업계에선 군산 공장의 근로자 3000여명의 고용유지와 지속적인 수익성 확보가 물량 이전 추진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군산공장에선 크루즈와 올란도 이외에 연간 26만대의 엔진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미국GM이 군산공장을 글로벌 엔진 생산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와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반대급부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