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루머 증폭과 같은 역기능도 있지만, 수평적 정보교류와 소통의 장(場)이 되는 순기능도 많다. 역기능을 억제하고 순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SNS를 개인과 기업, 정부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연재한 ‘소셜 3.0시대’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지으며 전문가들로부터 SNS의 현실 진단과 발전방향을 들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박재문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국장이 참여했다. ‘광파리’란 트위터러로도 유명한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사회=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1년 ‘올해의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제쳐두고 ‘프로테스터(Protester·시위하는 사람)’를 선정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기폭제 역할을 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권에서의 시민혁명에 주목한 것이다. SNS가 일상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긍정적인 면은 살리고 부정적인 면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점은 뭐고, 부정적인 면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지훈 소장=개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옛날 같으면 쉽게 묻힐 수 있었던 사건도 SNS를 통해 부각될 수 있게 됐다. 기존 언론이 독점했던 정보 유통이 SNS 덕에 일반 대중에게도 열린 것이다. 직접 참여 덕에 사회적 이슈를 설정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거나 협업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겨났다. 부정적인 면도 본질적으로는 긍정적인 면과 같다. 일종의 양날의 칼인 셈이다. SNS에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독립성과 다양성, 다양한 사람과 의견들을 조율할 수 있는 조정자다. 최근 SNS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점은 이른바 ‘동질성 압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아젠다가 형성되고 퍼져나가다 보니 주류와 다른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견의 독립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소수의 의견만 득세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한규섭 교수=한국과 미국의 트위터 사용 현황을 분석해보면 사용자의 정치적 이념에서 큰 차이가 눈에 띈다. 한국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용자가 많은 반면, 미국은 그 반대다. SNS 자체가 이념적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 사회적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성 언론은 진보적 논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은 대다수 언론이 보수 쪽으로 편향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박재문 국장=SNS는 새로운 소통 창구로 순기능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음란물, 사행행위 등 불법 정보를 실어나르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게다가 SNS는 정보의 신뢰성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존한다. 허위·불법 정보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글의 신뢰와 가치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사회=SNS를 사용해보면 평판이란 게 있어서 음란성 글이나 광고성 글은 비교적 쉽게 걸러진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올해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선거가 연이어 있는 만큼 악용될 소지도 있다. 단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SNS 사용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단속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입장은 어떤가.

▶박 국장=방심위는 방통위와 별개인 독립 조직이다. 물론 입장이 다른 것은 아니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에서 불법 정보로 분류한 것과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과거부터 해왔던 일이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SNS에서 불법 정보나 청소년 유해정보가 늘어나면서 일의 효율성을 위해 흩어져 있던 업무 기능을 모은 것이다.

▶정 소장=문제는 타이밍(시점)과 SNS 사용자들에게 주는 시그널(신호)이다. 불법 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를 걸러낼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사람들은 이런 조치 뒤에 숨어있는 의도를 의심한다. 취지야 어떻든 많은 이용자들은 “SNS 공간에서 마음대로 글을 썼다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한 교수=청소년 유해 콘텐츠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반감을 갖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낼 때 정부가 규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박 국장=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규제만을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 SNS에 글을 올리고, 남의 글을 리트위트(퍼뜨리기)하거나 링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각자 고민해야 한다. 올해 방통위 업무보고에 교육과 관련된 부분이 대폭 늘어났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좋은 교육은 올바른 SNS 문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사회=새해 첫날 트위터를 시작한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이 ‘영국은 부도 국가인데 공휴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가 혼쭐이 났다. 지난해 영국에서 머독이 운영하는 신문사 기자가 휴대폰 도청을 한 사실이 밝혀져 머독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별 생각 없이 의견을 밝힌 게 화근이었다. 나이가 팔순에 달한 사람도 이런데, 청소년이라면 실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어렸을 때부터 SNS 윤리교육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 소장=많은 사람들이 SNS를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존 매체들은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을 한다.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취재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데도 오보가 나오기도 한다. SNS도 연장선상에 있다. 내가 하는 말이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철학적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 SNS 사용자의 평판을 정량화해 보여주는 서비스도 등장했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무작정 규제하는 것보다는 이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SNS 문화를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SNS 사용자가 늘고 있지만, 연령대별로 구분해 보면 45세 이상에서는 그 숫자가 크게 적다. 옛날에 ‘컴맹’이니 ‘넷맹’이니 했는데 이제는 ‘소셜맹’을 걱정해야 하는 판이다. 전문가들은 ‘소셜 디바이드(격차)’가 앞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세대 간에 소통이 끊기면 곤란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교수=지금은 지역 간 갈등보다 세대 간 갈등이 더 심하다. SNS가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장(場)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테크놀로지(IT)라는 것이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자칫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다. 젊은 사람들 입장에선 기성세대가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SNS를 쓴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 국장=정부에서는 방통위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해 저가형 단말기가 나올 수 있도록 제조사와 협조하고 있고, 요금 감면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이동통신회사와 협조해 이용자 교육도 하고 있다.

▶정 소장=‘소셜 디바이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정부 역할은 그 시간을 단축해 연착륙하도록 돕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모든 국민이 쉽게 디지털 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태블릿PC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줘 대당 35달러(4만원), 55달러(6만원) 수준의 태블릿PC를 내놓기도 했다. 저소득층이나 장년층이 디지털 기기와 SNS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을 유도하는 정책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사회=SNS 사용자가 늘어나자 기업이든 정부든 이걸 활용하려고 적극 나섰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게 잘못이 아닌가 싶다. 기업이나 정부가 SNS를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SNS가 앞으로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소장=소셜 엔터프라이즈 산업은 앞으로 굉장히 커질 것이다. 기업 활용의 포인트는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위기 관리다. SNS를 잘 활용하는 해외 기업 중에는 이를 마케팅, 홍보 수단으로 쓰는 기업은 없다. 자기 회사에 대해 뭐라고들 얘기하는지 알아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걸 통해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다. 베스트바이와 세일즈포스닷컴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과거 행태를 SNS에서도 답습하고 있다.

▶한 교수=기존 언론사들은 SNS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잠재적인 경쟁매체로 생각하고 SNS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보인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존 언론보다 SNS를 더 신뢰하는 게 사실이다. 언론사들은 SNS를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언론이 생산한 것이다.

▶박 국장=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서비스는 SNS에 머물지 않고 점차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정관리, 게임 등 모든 일을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말고 분발해야 한다.

정리=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