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 있었네
[책마을]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 있었네
《무지개원리》《바보Zone》의 저자로 북TV365 생방송토크에 출연했던 차동엽 신부가 번역한《365 Thank You》는 저자의 얘기라기보다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제3자의 관점에서 보는 느낌이 든다. 눈물, 콧물이 흘러 번역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던 차동엽 신부의 말이 조금은 과장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정말 같은 마음이 되었다. ‘365 땡큐’라는 조금은 진부하고 평범해 보이는 단어가 이토록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이것은 정녕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예기치 못한 평화가 오고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남을 과장 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들려준다는 이해인 수녀님이 말한 ‘평은’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었다. 사업과 가정 모두 성공과는 거리가 먼, 여전히 가야 될 길이 뚜렷이 안 보이는 중년 남자의 솔직한 자기고백의 1년 6개월간 기록이 생생한 다큐를 보는 것 같다. 두 번째 이혼이 임박한, 거의 파산 지경에 몰린 52세의 변호사인 저자가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던 중, 2008년 1월1일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알기까지는, 너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얻지 못하리라.”

그때부터 15개월간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땡큐편지를 365번 보내면서 인생의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인식하며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진정성을 가진 소통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저자와 서서히 풀려가는 헝클어진 인생 행로를 잔잔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은 땡큐편지에서부터 가족의 관계 회복, 친구와 지인들과의 신뢰구축, 대법원판사로의 커리어 발전 등으로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여정을 읽으며 저자를 북TV365 토크쇼에 초대해 직접 얘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저자는 딸에게 땡큐편지를 썼던 그날 밤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내게 그날 밤은 삶의 구렁텅이에서부터 빠져 나오는 터닝 포인트였다. 나는 내가 부러워했던 그 모든 사람들보다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어떤 특별한 것을 내 삶에서 알아보게 되었다.”

결국 인생의 변화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주위에 작은 것부터 시작하되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행해야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아주 사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에서 저자가 첫 번째 이혼한 부인의 21년 전 편지를 보면서 표현한 회환의 문구에서 가슴이 아림을 느낀다.

“내가 21년이 지나 그 봉투를 열었을 때 거기에는 아무것도, 서명조차도 없었다. 카드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해줘요.’

나는 그때 이 글을 읽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설사 읽었다 해도 그 뜻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답장을 보낸 적이 없었다.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이것을 읽었다.

내 책상, 사방이 노출된 그곳에서. 누구라도 내가 흐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부쩍 큰 딸아이의 3살 때 사진을 보면서 이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몰려오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가족들, 고맙다고 표현 못한 동료들, 내 얘기만 전하려고 했지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지인들,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돌아간다.

이 겨울, 인생의 문턱에서 오래된 앨범이나 편지함을 들춰보며,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보면 어떨까.

고우성 < 북TV365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