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단기해소 어려워  연말 효과로 '미니 랠리'는 가능"
연말에 접어든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불안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5일 현재 1776.40으로 지난달 말보다 132.63포인트 하락했다. 그리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변방에서 시작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중심국으로 번지고 있고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5%포인트 낮은 연율 2.0%로 수정되는 등 실물경제 회복세도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2월에는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소비가 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기관투자가들이 연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예년에는 못 미치더라도 업종에 따라 제한적인 수준의 ‘미니 랠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위기 내년까지 주가에 부담”

한경TV 와우넷 전문가들은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연말 증시를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실물경기 회복세도 둔화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옥석 하이에셋 대표는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져 수급이 악화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도 있지만 지속성은 갖지 못할 것”이라며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대형 악재가 나온다면 1700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재수 JS투자연구소 소장은 “최근 주가 하락폭이 커 12월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등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코스피지수는 연말까지 1700과 195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안정모 부자병법 대표는 “최근 시장 분위기는 산타 랠리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내년에도 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코스피, 11년 중 8차례 상승

불안감 속에서도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근거는 있다. 첫 번째 근거는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이다. 미국은 지난 25일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홀리데이 시즌에 돌입했다. 11월 넷째주 금요일을 가리키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판매가 증가해 상점들이 흑자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홀리데이 시즌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의 경험도 산타 랠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지수는 12월 한 달간 평균 2.1% 상승했다. 이 중 8차례는 전월 말 대비 상승세로 12월을 마감했다. 금융위기로 시장이 극도로 위축받은 2008년에도 코스피지수는 11월 말보다 48.40포인트(4.50%) 상승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박영수 대표는 “추가 하락에 대해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이 낮아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쇼핑 시즌에 힘입어 올해도 산타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구 SB투자컨설팅 대표는 “유럽 정책당국의 대응이 빨라질 것이고 중국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1700대 중반에서 지지력을 확인한 뒤 연말에는 196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T·자동차부품 유망

전문가들은 산타 랠리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으로 미국 쇼핑 시즌 수혜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첫손에 꼽았다. 안 대표는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에는 IT 제품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며 “스마트폰용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업체인 인터플렉스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플렉스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FPCB를 공급하고 있어 스마트폰 판매 증가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도 스마트폰용 SAW필터(주파수 선택 장치) 제조사인 와이솔과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인 파트론 등 IT 부품주를 추천했다. 서 대표 역시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IT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그는 “만도 현대모비스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혜주와 LG패션 호텔신라 동양기전 등 중국 내수 관련주도 연말 랠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와 엔씨소프트를 추천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는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가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어 인수·합병(M&A)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